유장균시인의 제2안경의 추억
2004.10.26 01:18
<散策詩篇>
제2안경의 추억
유장균
깨진 안경 하나 버려져 있다
안경이 눈과 처음 만났을 때
안경은 미처 눈의 속셈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좀 살 만큼 살아 보면 다 짐작할 만한 세상
바로 보나 뒤집어 보나 뻔한 세상의 상식을
눈은 뛰어넘으려 했을 것이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속셈은 드러나
더 좋은 행복, 더 편한 길을 찾아내라고
욕망의 욕망의 욕망의 끝, 아무리 뒤져도
이 세상에는 애당초 없는 환상을 찾아내라고
다그치는 눈의 지나친 허영에
걸렸을 것이다. 견디다 못해
보아야 할 것과 안 보아야 할 것 사이
그 허망한 거리감을 오락가락 하다가
안경은 자폭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눈에 비치는 것을 보다 선명하게 보기위해서 자신의 시력에 맞는 안경을 쓴다. 그러나 몇 년을 지나고 나면 시력은 또 떨어지고 그 안경 대신 새 안경을 쓰게 된다. 물론 시력에 따라 안경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안경과 시력의 관계는 단순한 시력과 안경의 관계에 있지 않다. 버려져있는 안경을, 그것도 깨어져 있는 안경을 보며 이 시인은 끝없는 욕망에 희생되는 인간의 가치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인 눈의 속셈, 능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그 욕망은 안경을 통해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세상에 없는 환상의 세계에까지 넘보는 것이 되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늘 불안정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써 지켜야하는 마땅한 가치관은 상식과 질서를 뛰어넘는 이러한 스스로의 욕심 앞에 무력해지고 말아 보아야할 것과 보아서는 안 될 허망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자멸하게 된다.
시인 유장균은 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이곳으로 이민 와서 조그만 팻샾을 하며 시작(詩作)생활을 하다가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문인귀/시인
*일요신문게재
제2안경의 추억
유장균
깨진 안경 하나 버려져 있다
안경이 눈과 처음 만났을 때
안경은 미처 눈의 속셈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좀 살 만큼 살아 보면 다 짐작할 만한 세상
바로 보나 뒤집어 보나 뻔한 세상의 상식을
눈은 뛰어넘으려 했을 것이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속셈은 드러나
더 좋은 행복, 더 편한 길을 찾아내라고
욕망의 욕망의 욕망의 끝, 아무리 뒤져도
이 세상에는 애당초 없는 환상을 찾아내라고
다그치는 눈의 지나친 허영에
걸렸을 것이다. 견디다 못해
보아야 할 것과 안 보아야 할 것 사이
그 허망한 거리감을 오락가락 하다가
안경은 자폭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눈에 비치는 것을 보다 선명하게 보기위해서 자신의 시력에 맞는 안경을 쓴다. 그러나 몇 년을 지나고 나면 시력은 또 떨어지고 그 안경 대신 새 안경을 쓰게 된다. 물론 시력에 따라 안경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안경과 시력의 관계는 단순한 시력과 안경의 관계에 있지 않다. 버려져있는 안경을, 그것도 깨어져 있는 안경을 보며 이 시인은 끝없는 욕망에 희생되는 인간의 가치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인 눈의 속셈, 능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그 욕망은 안경을 통해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세상에 없는 환상의 세계에까지 넘보는 것이 되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늘 불안정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써 지켜야하는 마땅한 가치관은 상식과 질서를 뛰어넘는 이러한 스스로의 욕심 앞에 무력해지고 말아 보아야할 것과 보아서는 안 될 허망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자멸하게 된다.
시인 유장균은 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이곳으로 이민 와서 조그만 팻샾을 하며 시작(詩作)생활을 하다가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문인귀/시인
*일요신문게재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미국 크리스천의 두 얼굴 | 장동만 | 2006.04.29 | 1284 |
92 | 맨하탄의 세 친구 (동화) - 최효섭 | 김영강 | 2009.03.08 | 1268 |
» | 유장균시인의 제2안경의 추억 | 문인귀 | 2004.10.26 | 1257 |
90 | 아내의 가슴 (콩트) / 박경숙 | 김영강 | 2008.09.30 | 1227 |
89 | 내 인생의 승차권 | 김병규 | 2005.01.26 | 1224 |
88 | 송수권 '아내의 맨발' | 솔로 | 2004.08.02 | 1220 |
87 | 곽재구 '사평역에서' | 솔로 | 2004.08.02 | 1206 |
86 | 매미소리를 들으며 | 이남로 | 2009.02.02 | 1195 |
85 | 나희덕시인의 '새떼' | 문인귀 | 2004.11.21 | 1191 |
84 | 김남조 시인의 '성서' | 문인귀 | 2004.10.08 | 1177 |
83 | 고아원 하늘에 피는 노을 (수필) / 김영강 | 김영수 | 2008.09.30 | 1142 |
82 | 임승천시인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 문인귀 | 2004.11.21 | 1142 |
81 | 정현종-개들은 말한다 | 펌글 | 2004.08.06 | 1118 |
80 | 각시붓꽃- 리디아 | 김영수 | 2007.02.24 | 1116 |
79 | 노블리스 오블리제 / 임영준 | 이안나 | 2006.09.03 | 1114 |
78 | 새날에는 다시 -자작 신년 시를 함께 나누고자 | 문인귀 | 2004.12.31 | 1106 |
77 | 유안진 시인의 '멀리 있기' | 문인귀 | 2004.10.08 | 1085 |
76 | 김남조 시인의 '국기' | 문인귀 | 2004.12.31 | 1068 |
75 | 이윤홍 시집 '살아 숨쉬는 기억' | 문인귀 | 2004.08.02 | 1042 |
74 | 수필로 쓴 당선 소감 / 지희선 | 김영강 | 2009.02.16 | 10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