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애벌레 / 고현혜
2008.09.15 01:58
제게
두 마리
애벌레가 있습니다.
먹을 것을 물려주고
씻겨주고
닦아주고
재워주어야 하는 애벌레.
나의 두 애벌레는
하루종일
매달립니다.
엎어달라
안아달라
놀아달라
젖달라
빵달라
밥달라
언제크나
언제크나
나의 애벌레들
난
차려준 밥 먹기도
귀찮은 사람인데
나만 바라보고
손가락 빨고 있는
두 마리 애벌레 때문에
하루종일
부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크나
언제크나
나의 애벌레들
머리를 싸매고
나의 자유를 위해
애벌레들이 빨리 크기를 바라던
어느날
전 아주 아름다운 나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 아! 언젠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아갈
나의 애벌레들
그땐
꼭 안아주고 싶어도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싶어도
빈 껍질만 남기고
날아간 뒤겠지요.
전 얼른
아직은 제 곁에서
꿈틀 꿈틀 거리고 있는 애벌레들을
안아주러 달려갔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3 | 바람의 색갈 / 기영주 | 김영수 | 2008.08.29 | 732 |
52 | 독도를 지키는 북소리 / 강성재 | 김영수 | 2008.08.30 | 728 |
51 | 강물소리 / 박영호 | 김영수 | 2008.09.09 | 722 |
50 | 젖는 것은 눈물만인가 / 김영교 | 김영수 | 2008.09.10 | 768 |
49 | 구름 1 / 안경라 | 김영수 | 2008.09.11 | 742 |
48 | 그리워서 / 정정인 | 김영수 | 2008.09.13 | 861 |
» | 두 마리 애벌레 / 고현혜 | 김영수 | 2008.09.15 | 734 |
46 | 여강(驪江) / 정용진 | 김영수 | 2008.09.16 | 777 |
45 | 길 / 윤석훈 | 김영수 | 2008.09.17 | 771 |
44 | 이럴 땐 전화를 걸어야 한다 / 안선혜 | 김영강 | 2008.09.20 | 802 |
43 | 달/석정희 | 김영수 | 2008.09.20 | 771 |
42 | 권영숙 호박 / 김동찬 | 김영강 | 2008.09.20 | 738 |
41 | 밥통 / 강학희 | 김영수 | 2008.09.21 | 777 |
40 | 고아원 하늘에 피는 노을 / 이성우 (국 4) | 김영강 | 2008.09.21 | 884 |
39 | 엘러지 / 고대진 | 김영수 | 2008.09.23 | 806 |
38 | 억새꽃 / 구자애 | 김영수 | 2008.09.26 | 825 |
37 | 행복은 / 권태성 | 김영수 | 2008.09.29 | 801 |
36 | 고아원 하늘에 피는 노을 (수필) / 김영강 | 김영수 | 2008.09.30 | 1142 |
35 | 아내의 가슴 (콩트) / 박경숙 | 김영강 | 2008.09.30 | 1227 |
34 | 매미소리를 들으며 | 이남로 | 2009.02.02 | 11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