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몸짓 / 김호길

2009.08.03 08:18

김영수 조회 수:832 추천:4

시의 몸짓

김호길


물구나무 선 나무 사이로
새 한 마리 비껴난다

그 바람에 물무늬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정완영 선생님은 자유시에 있어서 '논(論)'이, 시조에 있어서는 '관(觀)'이라 하셨다. 이 말을 헤아려보기 위해 의논할 '論'으로 구성된 말을 몇 개 들어보자면 '논리', '논문', '논쟁' 등이 있다. 그리고 볼 '觀'으로 구성된 말을 보자면 '관망', '관상','관조' 등이 있다. 일견으로도 의논할 論에는 머리가 보이고 볼 觀에는 마음이 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큼이나 먼 이 두 말을 알아듣기도 어렵지만 그 실물을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명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친 내 눈이 딱할 뿐이다.
실물결조차 일지 않는 고요한 못물은 이미 못물이 아니다. 사물을 고요히 담고 있는 마음이다. 천지와 자아가 하나된 물아일체의 세계.
나무의 그림자가 비친 못물에 새가 날아봤자 그 역시 물그림자에 불과한데 "그 바람에 물무늬가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한다. 순간, 섬광처럼 낚아챈 천지간의 기미! 서양쪽 논리가 아무리 눈을 씻고 두리번거려봐도 잡을 수 없는 천지간의 기미를 동양적 직관으로 그는 낚아챈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마침내 그의 無心이 사람의 언어를 넘어 천지의 언어에 닿았는가.(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