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텃세

2006.07.18 05:22

미문이 조회 수:272



이성열[-g-alstjstkfkd-j-]이성열이 도미 30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제목부터 한국인의 자의식을 강하게 표출한다. '하얀'과 '텃세'라는 어휘가 모두 미국의 백인중심사회를 염두에 두는 것임은 능히 짐작되는 바이다. 30년을 살았음에도 시성열은 미국은 자신에게 영원한 타국이며, 자신은 뼛속까지 한국인일 수밖에 없음을 다양한 체험과 사유를 통해 역설한다.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의 체제는 이성열이 지니고 있는 사유와 내면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허리띠/이성열 나는 비로소 채비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허리띠를 다 맸을 때. 비록 그건 하나의 가죽끈에 불과하지만, 태초의 뱀이 아담을 바꾼 것처럼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는 옷을 찾아 나섰고 허리띠도 매었다. 허리띠는 부끄러움이나 추위로부터 우리를 막아 주고 세상에 대해 떳떳하게 한다.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힘나게도 한다. 넥타이는 매력적이지만 위험하고, 해고를 앞둔 셀러리맨처럼 우리를 약하고 비겁하게 만든다. 삼복더위의 서울, 개고기 수요가 한창일 때, 어떤 도둑 개 백정은 보신탕을 위해 나의 개 바둑이를 끌어갔다. 그때 개는 허리띠를 매지 않고 목줄을 매었었다. 아마도 개를 포함한 짐승들이 허리띠를 맬 줄 몰라 사람들에게 지배만 받고 사는지도 모른다. 16세기, 나의 영웅 이순신은 7년간의 일본과의 싸움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 비결? 그는 거북선을 만들었고, 탁월한 전략을 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7년 동안 한 번도 허리티를 풀은 적이 없었다. * 200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제5회 Poetry Window상 수상 2005년 엔솔로지 Open Window에 게재. "이성열 문학서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