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뿌리에 보듬고』 이초혜시조집
2024.01.10 15:43
순한 눈
이초혜
포인트 로보스 공원 숲으로 간다.
온갖 초목들이 유산소 운동시켜주고
순한 눈 사슴들이 반겨주며
눈 맞춰 인사하는 곳
바다로 간다 천년을 하루같이 둥지 틀고
물개들과 새들이 화음 맞춰 노래 부르는
우람한 바위섬 해초 냄새 미풍에 스치면
온갖 세상 시름 말갛게
스러지는 곳
하늘이 주신 소중한 선물 그곳에
자주 간다.
이(채)초혜시집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에서
[작가 연혁]
1940년 서울 출생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1963) 동아일보 기자 역임, 1979년 도미 1996년 『문학세계』(한국) 시 등단, 1997년 『시조문학』 천료 저서 『창밖엔 치자꽃이』(문집), 『시간의 바람결』(한영시집) 시집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2024, 시산맥사) 수상 ‘해외동포창작문학상’ ‘미주PEN문학상’ ‘한미문학상’ ’영매상’ LA. 한국인의 날 행사 -시조 장원. [LA.가정상담] 뉴스레터 편집인
Library in Los Angeles 한국타운 도서관 후원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회원, 미주시조시인협회 이사 미 국방외국어대학(D.L.I.) 한국어 교수 역임
Famous Poet Society-Shakespeare Trophy of Excellence 현재 [미주문학], [미주시조] 회원
E-mail- sclee4010@gmail.com |
유복한 삶을 두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45년. 적지 않은 텍스트에서 시인이 통과한 신고辛苦의 시간이 보인다. “산다는 건 줄서기/ 뒤통수를 보고 서기”이며 “앞사람만 따라가기/ 눈 뜬 장님 흉내 내기(「줄서기」)”와 같다는 인식이 그렇고, “휘모는 모래바람도/ 견”디며 “온몸 불사르는/ 아픔으로 뿌리내”린다(「선인장」)는 인식이 그렇다. 그러나 인고忍苦의 세월 뒤에 “약속”처럼, “희열”처럼 “선홍빛” 「선인장」 꽃은 피어나니 “환하게 미소 머금고/ 다시 만나(「단풍잎」)”는 것이다.
단독 시조집을 내지 않은 만큼 다작多作은 아니지만, 이초혜 시조의 진폭은 크다. “버려진 들꽃처럼/ 짓밟힌 하얀 꽃”으로 통한의 세월을 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해자” 일본을 고발하는 「증언」, 인간의 무한 욕망을 질타하는 「바벨탑 쌓기」, 이기심과 “무절제”가 “창조의 질서”를 “파괴”하고 “우리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초래했다는 「열병 앓고 있는 지구촌」, “거룩한 순례자처럼/ 섭리에 순종”하는 생명을 그린 「황제나비」, “호박씨를 물에 불려/ 땅에 심”고 “머리 들고 나온 새싹들”을 보며 “맨 먼저 두 손을 들고/ 하늘에 경배했다”는 시인이 “이웃과 나누는 보람”과 인정人情을 그린 「한국 호박」 등 다양하고 심중深重한 시편을 만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단시조, 「흐린 날」에서 미증유未曾有의 가구佳句를 본다.
흐린 날 바닷가엔/ 갈매기들 줄지어 있다//
소리치는 파도는/ 모래알로 흩어지고//
그리움 모래에 적으면/ 파도가 품고 간다
“세월 속에 빚진 무엇/ 하나도 없는 해맑은 시간(「그리움」)” 앞에 선 이초혜 시인의 시조선집 상재를 경하慶賀 드린다.
-홍성란(문학박사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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