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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부겐베리아 초록 넝쿨마다 빨간 색지로 접은 나비 떼가

와르르 몰려와 꽃이 되었다. 빨갛게 물든 얼굴들은 저마다 작고

하얀 꽃을 품은 채 웃는다. 이제야 새하얀 순수를 드러내는데

나는 그 꽃그늘에 앉아 불타던 세월이 내게 있었음을 보고 있다."

 

 

우리 집은 울타리가 없다. 텅 빈 뜰에 흐드러지게 핀 부겐베리아꽃

넝쿨이 울타리를 대신한다. 트인 정원에서 계절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과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자유를 숨 쉰다.

열린 마당에서 진실한 사귐이 이루어지듯 시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천이십일년 초여름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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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의 아름다운 동행*  

 

 

따사한 햇볕 아래 움이 트고 초록 생명이 꿈틀거린다. 봉오리가 맺히며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반평생을 아이들과 생활하며 내 생각도 그들 안에 있다.

 

함께 느꼈던 것을 글로 옮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한 아이의 감정을 담은 동시이다. 단순하지만 순수하여 참 소중하다. 시와 그림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정서를 소개하고 체험케 하고 싶다.

 

모아온 시들을 은퇴 후 첫 시집으로 발행할 수 있어 가슴 벅차다. 진정한 동심이 그려진 시집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2021년 초여름 이희숙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희숙  

 

주님!

쓰러지고 시련을 받을지라도

탄소가 고압 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되듯이

오히려 그 자리가 도약대가 되게 하소서

 

고칠 수 없는 희소한 질병으로

제한된 인생을 산다고 할지라도

열린 소망을 통해

영원한 꿈을 꾸게 하소서

 

가진 것 없지만

이웃과 나누고 공유하며

마음을 주는 부자 되기를 원합니다

 

늦은 글쓰기 인생을 출발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정진하여

당신의 선하심을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소서

 

자랑할 것이 없음에도

받은 것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감사로

그 증거를 삼게 하소서

 

나무가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거룩한 자손들이 그루터기로 남아

그 곳에 싹이 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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