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 마을 이야기
2006.05.30 03:02
김광주[-g-alstjstkfkd-j-]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은 베다니 마을이다.
우리가 자주 모이는 조그만 집 앞에는 가상의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다락방 입구처럼 곧은 층계를 올라가면 그 곳에는 각종 병든 여인들이 모이곤 하는 작은 방이 있다.
머리카락이 길거나 짧거나, 얼굴이 주름살이 많거나 적거나 누구나 마음에는 몇 가지 병들을 가지고 있다. 자아상이 나빠서 계속적으로 남에게서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사람, 입맛이 없어 자꾸 여위는 사람, 남편이 성격이 거칠고 화를 잘 내서 마음 고통이 심한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부드러운 말이라고는 한번도 못 들어봤기 때문에 큰 소리 질러야 겨우 깨달아지는 사람. 십대가 된 자녀가 부모 말에 순종치 않아 그 아이 생각만 하면 심장이 내려앉는 사람,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까지 덮쳐 마켓에 가면 물건을 집었다 놓았다하며 과감하게 결정짓지 못해 소심증으로 시달리는 사람, 삼십 년 전에 남편이 딴 여자에게 잠시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용서할 수 없는 그 때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 입덧이 너무 심해 꿈속에서 충무 김밥 먹느라고 일부러 잠을 늦게 깨는 사람. 살아오다 각종 고통의 방망이로 얻어맞은 멍든사람들이 함께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의 강물이 가슴 적시는 그런 동네이기도 하다.
-베다니 마을 이야기 중에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4 | 유순자 시집-자국 | 미주문협 | 2019.04.29 | 93 |
83 | 강수영 번역-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삶과죽음 | 미주문협 | 2019.05.13 | 136 |
82 | 서연우 시집-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 [1] | 미주문협 | 2019.05.31 | 491 |
81 | 이경희 시집-고이 간직했던 붓 | 미주문협 | 2019.06.16 | 113 |
80 | 이현숙 수필집-두남자와 어울리기 [1] | 미주문협 | 2019.07.01 | 199 |
79 | 정국희 시집 -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 미주문협 | 2019.07.16 | 129 |
78 | 이성숙 수필집-보라와 탱고를 | 미주문협 | 2019.08.04 | 214 |
77 | 김영강 소설집-무지개 사라진 자리 [1] | 미주문협 | 2019.08.19 | 224 |
76 | 차덕선 에세이-여자로 돌아와서 | 미주문협 | 2019.09.03 | 272 |
75 | 이진수 자서전- 나의 길 나의 인생 | 미주문협 | 2019.09.16 | 495 |
74 | 이성열 시집-구르는 나무 [1] | 미주문협 | 2019.10.12 | 281 |
73 | 6.25 전쟁수기집-집으로 | 미주문협 | 2019.10.28 | 229 |
72 | 곽상희 시집-사막에서 온 푸픈 엽서 | 미주문협 | 2019.11.13 | 177 |
71 | 장소현시집-나무는 꿈꾸네 [1] | 미주문협 | 2019.12.09 | 599 |
70 | 연규호,이윤홍 작가의 이론서-생각하는 뇌, 고민하는 마음, 문학의 창조 | 미주문협 | 2020.01.03 | 173 |
69 | 송상옥 유고장편소설-가족의 초상 | 미주문협 | 2020.02.03 | 158 |
68 | 손용상 소설집-원시의 춤 | 미주문협 | 2020.04.17 | 208 |
67 | 최정임 에세이집-책읽는 여자 [1] | 미주문협 | 2020.05.27 | 1852 |
66 | 최연홍 시집-별 하나에 어머니의 그네 | 미주문협 | 2020.08.03 | 116672 |
65 | 최용완 작가 장편 역사 에세이-동아시어는 인류문명.문화의 어머니 | 미주문협 | 2020.10.10 | 3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