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콩 까풀을 쓰고 / 박봉진
2012.03.26 07:48
눈에 콩 까풀이 씌었었다는 사람의 눈에 빠져있었다. 곰보도 매력 샘으로 보인 즈음이니 어쩌랴. 만남엔 언제나 눈이 앞서 말을 했다. 말의 저장고 눈을 보면 다음 차례도 읽혔다. 콩 껍질의 연한 속살, 콩 까풀이 서로의 눈에 씌어있었기에 제 눈에 안경이란 말 듣기 십상이었겠다.
그 때는 눈에 콩 까풀이 씌어서 그랬지... 그런 말 듣는 것 보다 슬펐던 적은 없다. 졸지에 짝퉁인간으로 전락해버린 심신의 나상(裸像). 엇 방향을 잡은 눈길에서 찬바람이 물꼬를 그슬었다. 따습던 눈 호수에선 서릿발 체감 한기. 눈의 기상을 가릴 위장막은 아예 있을 수 없나보다.
그래 눈은 마음의 창이다. 내 안을 내보인다. 상대의 내면을 엿보기도 한다. 누가 누구를 만났다면 뭣을 봤던 걸까. 옷차림, 몸매? 아닐 게다. 사실은 얼굴 표정을, 그것도 눈을 봤던 것 일게다. 이따금 어떤 사람을 생각하는 때이면 먼저 그 사람의 눈을 떠올려야 인물이 그려졌다.
요즘 그런 상념이 자주 떠오른다. 가야바의 뜰 그 절체절명의 순간, 구주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의 눈과 마주쳤을 예수님의 눈 표정. 얼마나 측은해했을까. 콩 까풀을 쓰고 살은 사랑의 화신, 그 눈. 생각만 해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내 눈 콩 까풀은 아직도 그대로면 좋으련만-.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6 | 초조한 마음 / 노기제 | 관리자_미문이 | 2012.03.19 | 217 |
» | 눈에 콩 까풀을 쓰고 / 박봉진 | 관리자_미문이 | 2012.03.26 | 291 |
224 | 배려하는 마음과 말 조심 / 박영숙영 | 관리자_미문이 | 2012.04.02 | 255 |
223 | 엿 / 배송이 | 관리자_미문이 | 2012.04.10 | 67 |
222 | 사각지대 / 백선영 | 관리자_미문이 | 2012.04.16 | 109 |
221 | 나뭇잎 / 서용덕 | 관리자_미문이 | 2012.04.23 | 65 |
220 | 그 사흘 뒤 / 석정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5.01 | 105 |
219 | 치마 길이 소동 / 성민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5.07 | 180 |
218 | 호박넝쿨 흐르듯 / 성영라 | 관리자_미문이 | 2012.05.14 | 347 |
217 | 계로록(戒老錄) / 손용상 | 관리자_미문이 | 2012.05.21 | 137 |
216 | 시즌 / 안경라 | 관리자_미문이 | 2012.05.29 | 82 |
215 | 데스벨리 소고 / 안선혜 | 관리자_미문이 | 2012.06.05 | 96 |
214 | 풍란(風蘭)의 비밀(秘密) / 연규호 | 관리자_미문이 | 2012.06.11 | 104 |
213 | 만화 '국수의 신'을 읽는 재미 / 오연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6.21 | 448 |
212 | 음률에 실린 고국의 정 / 오정방 | 관리자_미문이 | 2012.06.26 | 59 |
211 | 풀치다 / 유봉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7.02 | 142 |
210 | 드라마 작가인 친구에게 / 윤금숙 | 관리자_미문이 | 2012.07.09 | 207 |
209 | 눈빛 / 윤석훈 | 관리자_미문이 | 2012.07.16 | 7072 |
208 | 삶 기도 / 이기윤 | 관리자_미문이 | 2012.07.24 | 57 |
207 | 제주 민속 박물관 / 이상태 | 관리자_미문이 | 2012.07.30 | 2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