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5 / 강성재

2011.05.01 12:45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326 추천:3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6 한잔의 술잔 안에 담아서 / 박영숙 관리자_미문이 2011.06.27 378
265 이스탄불의 가마우지 / 박봉진 관리자_미문이 2011.06.20 361
264 경험하지 못한자에게 필요한 침묵/ 노기제 관리자_미문이 2011.06.14 302
263 맹물예찬 / 김영교 관리자_미문이 2011.06.06 338
262 침묵의 메아리 (20) / 김영강 관리자_미문이 2011.05.31 342
261 오월의 편지 / 김수영 관리자_미문이 2011.05.23 513
260 고향의 봄 / 권태성 관리자_미문이 2011.05.16 297
259 니들이 노란주전자의 맛을 알어? / 구자애 관리자_미문이 2011.05.10 393
» 빈집5 / 강성재 관리자_미문이 2011.05.01 326
257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관리자_미문이 2011.04.26 344
256 거머리 / 최익철 관리자_미문이 2011.04.19 335
255 갈대 꽃 / 桑江 최상준 관리자_미문이 2011.04.11 350
254 ‘영원’속에 사는 분’- 시인 이숭자 / 지희선 관리자_미문이 2011.04.04 479
253 사랑, 그 살아있는 불씨 / 조옥동 관리자_미문이 2011.03.27 580
252 꽃샘추위 / 정용진 관리자_미문이 2011.03.20 384
251 등을 내준다는 것 / 정국희 관리자_미문이 2011.03.15 516
250 영정사진 / 장태숙 관리자_미문이 2011.03.07 346
249 내 몸은 눈물이다 / 장정자 관리자_미문이 2011.02.27 300
248 신묘(辛卯年)아리랑 / 이주희 관리자_미문이 2011.02.21 427
247 감염자 / 이월란 미문이 2011.02.14 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