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두른 샛터 마을 / 조옥동
2009.06.08 05:52
봄 두른 샛터 마을
조옥동
기름 발라 잘 빗어 내린 가르마 몇 갈래
구부러진 산길에 윤기가 돌면
철 이른 소쩍새 울음 들린다
먹 바위 얼굴에
진달래꽃 화관을 씌우고
허리춤 보일 듯 펄럭이는 강나루
뱃길은 허옇게 쇤 갈대숲의 기억을 흔들어
해 묵은 속자락 가슴 풀어 물살 헤쳐 띄우고
겨우내 엎드렸던 강둑이
길 트며 마을로 다가오면
멧새들 하늘로 휘파람 소리 내고
길게 자란 산 그림자 밀어내
바알간 보자기 두르고 고개 드는 강 마을
계절의 뗏목을 강가에 풀고
겨울 찬 볕을 헹구는 산모롱이
푸른 꿈 뒤척이며
봄은 휘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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