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 안경라
2008.12.22 08:13
오래 전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사과 하나
물기 없는 모습
이젠 너도 늙었구나
묵은 나의 생각을 씻어
쟁반 위에 올려 놓네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있지 않아도
질긴 목숨, 껍질 속에서
저 혼자 한 세상 살다가
가벼워진
나도 이젠 가을이구나
눈물 마른 외투를 벗고
겹겹이 둘려있던 인연들도
깍아 내리고
떠나온 우리의 진물나던 자리를
속 깊이 응시하며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 피, 아직 출렁이는 세월
깨끗이 씻긴 사과 속살처럼
그 피안의 꿈들을 그대에게 돌려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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