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 안경라
2008.12.22 08:13
오래 전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사과 하나
물기 없는 모습
이젠 너도 늙었구나
묵은 나의 생각을 씻어
쟁반 위에 올려 놓네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있지 않아도
질긴 목숨, 껍질 속에서
저 혼자 한 세상 살다가
가벼워진
나도 이젠 가을이구나
눈물 마른 외투를 벗고
겹겹이 둘려있던 인연들도
깍아 내리고
떠나온 우리의 진물나던 자리를
속 깊이 응시하며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 피, 아직 출렁이는 세월
깨끗이 씻긴 사과 속살처럼
그 피안의 꿈들을 그대에게 돌려주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6 | 서설瑞雪 / 오정방 | 미문이 | 2009.01.29 | 72 |
145 | 처럼 / 오영근 | 미문이 | 2009.01.19 | 58 |
144 |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 오연희 | 미문이 | 2009.01.06 | 281 |
143 | 겨울꽃 / 안선혜 | 미문이 | 2008.12.30 | 138 |
» | 사과나무 / 안경라 | 미문이 | 2008.12.22 | 105 |
141 | 사랑한다면 / 석정희 | 미문이 | 2008.12.17 | 92 |
140 | 텅빈자리 / 서용덕 | 미문이 | 2008.12.09 | 136 |
139 | 뇌성 / 백선영 | 미문이 | 2008.12.02 | 81 |
138 | 미명을 기다리다 / 박정순 | 미문이 | 2008.11.26 | 67 |
137 | 내가 꽃이라면 / 박영호 | 미문이 | 2008.11.18 | 185 |
136 | 아름다운 인연 / 박경숙 | 미문이 | 2008.11.11 | 206 |
135 | 다른 색깔의 아픔들 / 노기제 | 미문이 | 2008.11.03 | 109 |
134 | 진달래꽃 그리기 / 문인귀 | 미문이 | 2008.10.28 | 211 |
133 | 롱슛 / 김혜령 | 미문이 | 2008.10.20 | 162 |
132 | 폭포소리 / 김인자 | 미문이 | 2008.10.10 | 99 |
131 | 가을劒 / 김영수 | 미문이 | 2008.09.29 | 80 |
130 | 그 남자의 귀고리 / 김영교 | 미문이 | 2008.09.19 | 130 |
129 | 남편의 가보 1호/ 김영강 | 미문이 | 2008.09.08 | 224 |
128 | 아들 / 김동찬 | 미문이 | 2008.08.22 | 134 |
127 | 떠나는 날을 위하여 / 기영주 | 미문이 | 2008.08.10 | 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