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봄날 / 조정희
2007.11.09 07:11
멀리 뵈는 저 아래 동네에
많고 많은 날들이
끝도 없는 이야기로 웅성웅성
구비진 언덕에 누워 바라보니
세인들의 허기진 아우성 들리고
구멍 숭숭 뚫린 가슴에
바람이 들을까 옷깃 여미는데
시인의 아내는
풀빛 옷자락 나붓대면서
노오란 햇살 고운 몸매로
알록달록 꽃 필 자리 찾는다.
'잘들 있거라 난 잠시 외출한다'
마지막 인사가 적힌 묘비를 닦으며
시인의 아내는 하얀 국화 속에
붉은 장미 꽂으며 말한다.
당신은 좋겠다.
매일 밤 하늘의 별들하고
내일을 얘기하겠지.
제일 먼저 찾아온 봄마중으로
대지를 향해 부드러운 입맞춤
할 수 있는 당신은 좋겠다.
故, 유장균 시인의 묘지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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