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가을 길 / 조옥동

2007.10.27 15:29

미문이 조회 수:165 추천:5

버지니아의 가을 길 나른한 아침이 냇가에서 발목을 씻는 동안 햇빛을 업고 가을이 도망을 친다 훌훌 태우는 계절의 마른 가슴 하늘 끝까지 쳐들고 버지니아 단풍의 강을 건너고 있다 세난도아(Shenandoah)의 꾸던 꿈 이슬로 맺히는 가을을 표백하는 하늘 멀리 나무들 사이로 길을 열면 고향의 햇과일 냄새가 난다 삶의 눈보라 속 언 가슴 옷고름 풀고 먼 여정 무거운 신발 벗어 해맑은 차창에 기대면 잔잔한 물결 눈물의 강도 흐르는데 서로의 그늘을 지우려 마지막 잎새까지 떨구고 바로 서는 지순한 나무들 따뜻한 체온 묻어주고 햇살 총총히 떠날 때 골몰하게 엿보는 어둠의 뒷자락 밟으며 가을은 또 도망을 친다 그 뒤로 얼핏얼핏 바쁘게 쫓는 내 그림자가 보인다 * 세난도아; 인디안 추장의 딸(별들의 딸이란 뜻) 이름을 딴 버지니아(Virginia) 동쪽에 있는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