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 강성재

2007.01.29 11:41

미문이 조회 수:254 추천:57

생가 비오는 날이면 똑똑 빗방울 떨어져 내리던 지붕과 방 사이 키 낮은 천장엔 쥐오줌 누렇게 앉아 있었고 낡은 신문지 조각으로 도배한 벽에는 덕지 덕지 파리똥 붙어 있었다 뚫어진 창호지 너덜거리던 창틈으로 어쩌다 햇살 한자락 놀다가 돌아가는 대낮에도 호롱불 켜야했던 방 언제나 어두웠던 그 좁은 문틈 사이로 어머니가 짓는 저녁밥 고신내가 고물 고물 스며들면 마른침 꿀꺽 삼키며 허기 달래던 허물어져 가던 초가집 낡은방의 습기찬 곰팡이를 먹으며 어머니의 배고픈 눈물을 조석으로 마셨던 내가 선 이 자리, 세상을 무서워 하기엔 세상이 아직 나를 의식하지 않던 그 시절의 옛집에서 이제는 폐가가 되어버린 반세기만에 찾아든 그곳엔 어린 자식 배불리 먹이지 못해 언제나 서러웠던 어머니의 젖은 베겟머리가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