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5題
2015.07.05 06:20
그리움 5題
별리(別離)
1
갈매 산 구릉 너머
울 엄니 떠나시네
상두꾼 요령 따라
꽃가마 굼실굼실
북망산(北邙山) 가는 길목이
여한(餘恨)으로 얼룩져
2
먼저 간 지아비는
마중이나 하시려나
다시는 안볼 듯한
고집 통 영감일레
산 정(情)이 더럽다 보니
그리움도 가없어
3
저승길 천문(天門) 앞에
삼베 포의(布衣) 죄인 되어
향(香) 피워 엄니 모셔
재배로 고(告)하오니
도솔천 건너서 돌아
미륵정토(彌勒淨土) 임하소서
비애(悲哀)
1
40도 열꽃 품고
눈 감아 합장하니
대웅전 향내 타고
엄니 모습 떠올라
댓돌 위 닳은 고무신
삼천 배(拜) 흔적인가
2
못 갚은 깊은 모정(母情)
영혼마저 흔들려
위패 속 어머니가
소리쳐 꾸짖는 말
못난 놈, 정신 돌려라!
조상님 어찌 볼래
3
초추(初秋) 시린 바람
솔가지에 머문 아침
몽환(夢幻)의 새벽안개
도량(道場)에 젖어 들고
산문(山門)밖 돌아가는 길
다시 본 듯 새로워
ㅡ사십구제(四十九齋)
모정(慕情)
ㅡ小祥祭에서
1
어머니 떠나신 날
먹(墨)없이 써 내려간
현비유인(顯妣孺人) 모본모씨(某本某氏)...
펜 글씨 지방(紙榜) 한 줄
찬물로 한(限)을 씻어도
슬픔은 봇물 되어
2
술 한 잔 실과(實果) 몇 알
법도(法度) 잃은 상(床)차림
등(燈)밝혀 향 피우고
부복(仆伏)해 고하온들
불효자 독축(讀柷) 초혼에
가신 님 다시 올까
3
처연한 달빛 사이
갈바람 불어와서
구리무 향 엄마 냄새
서러움 더해지고
무너져 내린 가슴엔
촛농만 똬리 지네
* 구리무 : 옛적 크림 로션의 일본식 발음
회상(回想)
1
잃었던 지난 세월
더듬어 찾아 드니
돌담 길 사이사이
무리 진 호박 넝쿨
순(筍)따는 엄니 손등에
함초롬한 햇살이
2
영창 밖 미리 내에
그림자 진 하현 쪽 달
추야(秋夜) 긴 밤 뒤척이며
반백 년 돌아보니
꾸르~ 꾹 밤새 소리에
짚동 한숨 깊어져
3
한(限)깃든 창호 문짝
얼룩으로 상(傷)진 흔적
외로움 별빛 되어
먹물로 스며들고
갈 숲에 뜬 엄니 영혼이
물결 되어 흔들려
그리운 길손
1
석양 진 일주문 밖
홀연 왔던 그 길손이
서 화담 황진이와
동지 긴 밤 지새우며
한 곡차(穀茶) 입맛 다심이
북소리라 하였거늘
2
불현듯 가슴 저려
지난 세월 돌아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속절없이 흘러갔네
그리운 청정 시선(詩仙)은
어느 도량(道場) 헤매일까
3
야삼경(夜三更) 향촉(香燭) 밝혀
백팔합장 드리온들
그런들 몽매(蒙昧) 중생
깊은 뜻 어찌 알까
언제라 벗들 오라 해
허리 매듭 끌러보나
ㅡ스승 조지훈 선생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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