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광년, 폴래리스 / 유봉희
2010.01.11 13:35
햇살 빗겨 서는 초가을 저녁
유리창에 더듬이를 내린 여치 한 마리
갈색 반점 있는 녹색 몸이 잠잠하다
왜 초록 길을 벗어 놓고
투명한 유리창에,
웬일인지 묻지 않았다
3센티 길이의 더듬이가 더듬던
낯설고 차가웠을 너의 세상을
어차피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밤중 신열로 깨어서 한 칸 방을 더듬을 때
한 모금 물로 깨어나는
가는 나의 더듬이가 더듬는
갑충의 각질 같은 어둠을 말할 수는 있다
그 밤에 네가 너의 몸을 파헤치듯
울며 노래하면
나는 무거운 커튼을 열고
저 820광년, 폴래리스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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