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다 / 유봉희
2012.07.02 04:51
명주잠자리 풀 먹인 날개 안에
반짝이는 형광 빛 푸른 별들이 담겨 있다.
하늘거리는 풀잎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 별들은 날개에서 사르르 풀려나와
다시 하늘로 오르려나.
물소리에 젖어 있는 잠자리 심상치 않다.
저 고요한 더듬이가 더듬는 곳은 어디인지.
지난날 바닷가나 산기슭 어디라도
모래땅에 절구통 집을 파 놓고
눈먼 먹이가 빠지기를 무작정 기다리던 긴 날들
넓은 세상 샅샅이 누비며 사냥 한번 못하고
뒷걸음으로 빙빙 돌며 자신의 함정에 자신을 가두던
이름도 별스런 개미귀신 개미지옥.
뒤돌아보지 마라.
물 위로 날개를 활짝 편다.
한낮에도 반짝이며 별무리 끌고 가는
별박이명주잠자리.
* 풀치다 : 맺혔던 생각을 돌리어 너그럽게 용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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