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다 / 유봉희
2012.07.02 04:51
명주잠자리 풀 먹인 날개 안에
반짝이는 형광 빛 푸른 별들이 담겨 있다.
하늘거리는 풀잎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 별들은 날개에서 사르르 풀려나와
다시 하늘로 오르려나.
물소리에 젖어 있는 잠자리 심상치 않다.
저 고요한 더듬이가 더듬는 곳은 어디인지.
지난날 바닷가나 산기슭 어디라도
모래땅에 절구통 집을 파 놓고
눈먼 먹이가 빠지기를 무작정 기다리던 긴 날들
넓은 세상 샅샅이 누비며 사냥 한번 못하고
뒷걸음으로 빙빙 돌며 자신의 함정에 자신을 가두던
이름도 별스런 개미귀신 개미지옥.
뒤돌아보지 마라.
물 위로 날개를 활짝 편다.
한낮에도 반짝이며 별무리 끌고 가는
별박이명주잠자리.
* 풀치다 : 맺혔던 생각을 돌리어 너그럽게 용서하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6 | 탁상달력-안경라 | 미문이 | 2007.01.19 | 216 |
445 | 소냐를 생각하면서-고대진 | 미문이 | 2007.01.22 | 308 |
444 | 생가 - 강성재 | 미문이 | 2007.01.29 | 254 |
443 | 목타는 도시-전지은 | 미문이 | 2007.02.08 | 255 |
442 |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유봉희 | 미문이 | 2007.02.19 | 209 |
441 | 안경- 정문선 | 미문이 | 2007.02.28 | 222 |
440 | 프리지어 간호사-윤금숙 | 미문이 | 2007.03.07 | 374 |
439 | 엄마의 골무-강학희 | 미문이 | 2007.03.19 | 222 |
438 | 걷는 꽃-석정희 | 미문이 | 2007.03.30 | 250 |
437 | 정(情)-정용진 | 미문이 | 2007.04.09 | 146 |
436 | 홍어-한길수 | 미문이 | 2007.04.17 | 255 |
435 | 사랑의 샘 제 10장 - 전상미 | 미문이 | 2007.04.24 | 281 |
434 | 존재의 숨박꼭질-홍인숙 | 미문이 | 2007.05.13 | 204 |
433 | 사랑의 바이러스-박경숙 | 미문이 | 2007.06.07 | 266 |
432 | 클릭-윤석훈 | 미문이 | 2007.06.29 | 199 |
431 | 표고목-이기윤 | 미문이 | 2007.07.10 | 197 |
430 | 내사랑 진희-이상옥 | 미문이 | 2007.07.20 | 356 |
429 | 당당한 새-이성열 | 미문이 | 2007.07.31 | 202 |
428 | 꽃밭에서-이윤홍 | 미문이 | 2007.08.20 | 158 |
427 | 떠 있지 못하는 섬-임영록 | 미문이 | 2007.08.28 | 6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