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5 / 강성재
2011.05.01 12:45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6 | 곽상희-뜨거움 | 미주문협관리자 | 2015.08.08 | 101 |
385 | 기도하는 극락조-정해정 | 미주문협 | 2022.10.02 | 101 |
384 | 안경라-꽃대가 꽃잎에게 | 미주문협 | 2017.10.02 | 102 |
383 | 떠날 채비-이일영 [2] | 미주문협 | 2022.07.30 | 102 |
382 | 낙엽 / 이기윤 | 미문이 | 2009.02.23 | 104 |
381 | 풍란(風蘭)의 비밀(秘密) / 연규호 | 관리자_미문이 | 2012.06.11 | 104 |
380 | 1월-김영교 | 미주문협관리자 | 2017.01.02 | 104 |
379 | 사과나무 / 안경라 | 미문이 | 2008.12.22 | 105 |
378 | 그 사흘 뒤 / 석정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5.01 | 105 |
377 | 바다를 보는데/ 강민경 | 미주문협 웹도우미 | 2014.06.05 | 105 |
376 | 강언덕-빈 바다가 불타고 있다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4.02 | 105 |
375 |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 / 강성재 | 관리자_미문이 | 2012.01.09 | 106 |
374 | 만남 / 최익철 | 관리자_미문이 | 2011.12.19 | 107 |
373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관리자_미문이 | 2012.01.03 | 107 |
372 | 떠나는 날을 위하여 / 기영주 | 미문이 | 2008.08.10 | 108 |
371 | 김현정-행복한 나무 | 미주문협 | 2017.01.30 | 108 |
370 | 유승희-낙관 | 미주문협 | 2019.09.03 | 108 |
369 | 다른 색깔의 아픔들 / 노기제 | 미문이 | 2008.11.03 | 109 |
368 | 사각지대 / 백선영 | 관리자_미문이 | 2012.04.16 | 109 |
367 | 이선자-푹신푹신 엄마 | 미주문협 | 2018.04.13 | 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