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白痴 - / 안경라
2011.08.15 09:18
마흔을 훨 넘긴 기둥이 흔들려 병원을 찾았다
뿌리는 안녕하신가 먼저 사진을 찍고
한 침 바늘에 잇몸 서서히 잠들 때
날카로운 공구 끝으로 지난 날이 마구 파헤쳐 져
보행조심! 소리치고 싶지만
아뿔사! 이빨과 이빨 사이 아득히 멀어진 길
그 길 따라 오던 수 많은 만남들
오래도록 숨겨둔 사연 몇 조각 들통났다
그리움도 깊이 잡아두면 이렇게 아픈가
캄캄히 넘기지 못한 울음도 고이면 피가 되는가
하얗게 긴장하여 맨발처럼 시린 이빨들
다행히 뿌리는 안녕하시단다
그 곳을 다치지 않게 늘 조심하라는 말씀
긁어내고 끄집어내고 퍼 내고
백치(白齒)를 위해 아 하며 백치(白痴)가 되는 동안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에게 가지 못한 말들 입안 가득 얼얼하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5 | 이우걸-주민등록증 | 미주문협 | 2017.08.23 | 146 |
384 | 조춘-연꽃 | 미주문협 | 2017.07.29 | 97 |
383 | 홍인숙-나와 화해하다 | 미주문협 | 2017.07.15 | 179 |
382 | 손용상-그리운 길손 | 미주문협 | 2017.06.29 | 89 |
381 | 안서영-선인장 | 미주문협 | 2017.05.25 | 111 |
380 | 안선혜-억새 | 미주문협 | 2017.05.17 | 127 |
379 | 이용언-틈 | 미주문협 | 2017.04.26 | 83 |
378 | 사모곡(思母曲)-현원영 | 미주문협 | 2017.04.02 | 134 |
377 | 이윤홍-그냥 사랑이면 어때 | 미주문협 | 2017.03.15 | 295 |
376 | 정용진-비 내리는 창가에서 | 미주문협 | 2017.02.26 | 253 |
375 | 김현정-행복한 나무 | 미주문협 | 2017.01.30 | 108 |
374 | 1월-김영교 | 미주문협관리자 | 2017.01.02 | 104 |
373 | 12월-나는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 미주문협관리자 | 2016.11.30 | 113 |
372 | 11월-몸살 | 미주문협관리자 | 2016.11.02 | 113 |
371 | 10월 -살아낸다는 것 | 미주문협관리자 | 2016.10.05 | 159 |
370 | 9월-그만치에 있어 좋은 사람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8.25 | 7152 |
369 | 강화식-텔로미어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7.31 | 7069 |
368 | 늑대처럼 운 적이 있다-김호길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6.28 | 163 |
367 | 송석중-이민 30년에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6.01 | 736 |
366 | 김희주-사랑하고 싶을 때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5.01 | 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