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구자애
2008.07.16 09:28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산타모나카와 웨스턴 사이에 있는 스와밋
두평반 남짓,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10년 전 유행을 고스란히 진열하고 있는 곳
언제나 그늘이 낮게 깔려
기대인 모서리마다 희망이 바래져 있는 곳
한때는 디디기만 해도 초록물이 괴는 산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는 잡식성 들이었다
그 시절 다 지나
더 높고 더 넓은 지향을 쫓다
이제 겨우 뿌리내린 곳
벌쭉이 커버린 대궁
등 굽은 칼날 같은 잎새
작은 바람에 쉬이 이리저리 흔들려도
절대 꺾이는 법 없이
밀리고 밀려 길들여진 내성 탓에 잔뿌리마저 단단해졌다
내 손님 빼앗아갔다고 아침부터 악다구니해도
내일이면 비갠 오후처럼 말간 바람 불러들여
허공에 하이얗게 집 짓는 곳
어디든 내가 피어있는 곳이 내 고향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억새꽃 / 구자애 | 미문이 | 2008.07.16 | 110 |
365 | 식물원(植物園)에서 / 이용애 | 미문이 | 2009.03.16 | 110 |
364 | 나의 시 - 정용진 | 미문이 | 2005.07.04 | 111 |
363 | 안서영-선인장 | 미주문협 | 2017.05.25 | 111 |
362 | 11월-몸살 | 미주문협관리자 | 2016.11.02 | 113 |
361 | 12월-나는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 미주문협관리자 | 2016.11.30 | 113 |
360 | 공감담요 / 김학천 | 관리자_미문이 | 2012.03.14 | 114 |
359 | 변재무-사막 위 집 한채 | 미주문협 | 2017.09.11 | 114 |
358 | 김희원-노을 | 미주문협 | 2019.08.16 | 114 |
357 | 비탈에 서서 / 김영교 | 관리자_미문이 | 2012.02.20 | 115 |
356 | 장태숙-사막은 가시를 키운다 | 미주문협 | 2017.10.25 | 115 |
355 | 구름파스-이선자 | 미주문협 | 2022.02.27 | 115 |
354 | 새해 아침-이창범 | 미주문협 | 2022.12.31 | 116 |
353 | 김희주-사랑하고 싶을 때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5.01 | 116 |
352 | 이송희-가을바람 | 미주문협 | 2021.10.17 | 116 |
351 | 집으로 - 고현혜 | 미문이 | 2005.07.10 | 117 |
350 | 안경라-아직도 널 기다려 [1] | 미주문협 | 2018.07.15 | 117 |
349 | 갈림길 / 김영강 | 관리자_미문이 | 2012.02.14 | 118 |
348 | 그랜드 캐년에서 / 최복림 | 미문이 | 2008.01.12 | 119 |
347 | 장정자 시인-자카란타여! | 미주문협 | 2018.12.01 |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