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2010.06.14 10:09
마취제 등 꽂혀 주입되고 이내
"제 말 들리십니까? 들리……. "
UCLA병원에서 6시간 수술하는 동안
솜 안개 자욱한 꿈길 점점 깊어간다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두통
나이 마흔 넘어 몸 한 구석쯤
아프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피보다 더 붉은 스트레스 갈래
수만 마일 고장 없이 잘 달려왔는데
"어? 내가 왜 그러지."
올라서고 겹쳐 갈 길 잃어버린 공항
새벽 4시까지 응급진료 기다리며
고막 속 꿈틀거리는 절음의 병명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세요."
혈관 터져 고여 있는 검은 실 줄기
세상 알 수 없는 일이 어디 한 둘이랴
한쪽 눈으로만 사물 봐야한다면
바퀴가 둘 뿐인 자동차도 굴러다니겠지
여전히 꿈틀거리며 파열되는 통증
맹물도 토해 담을 수 없어 가벼워진 몸
살고 싶은 간절함 꿀꺽 삼키며
"가족을 몰라볼 수도 있습니까?"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의 옅은 미소
슬픈 잔영 보듬으며 살라 하기엔
반쪽만이라도 곁에 남아있고 싶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6 | 프리지아 멜랑콜리아 / 전희진 | 미주 | 2024.04.30 | 13 |
525 | 스턴트 맨 / 서연우 | 미주 | 2023.11.02 | 28 |
524 | 하루가 산다 / 김준철 | 미주 | 2023.12.31 | 29 |
523 | 만세 (시조) / 최연무 | 미주 | 2023.12.01 | 35 |
522 | 반성문 / 오문강 | 미주 | 2023.10.01 | 38 |
521 | 능소화-김기숙 | 미주문협 | 2022.10.19 | 39 |
520 | 박영숙영-창안과 창밖 | 미주문협 | 2020.08.03 | 41 |
519 | 눈-최경희 | 미주문협 | 2021.01.19 | 41 |
518 | 고백 (디카시) 성민희 | 미주 | 2023.05.01 | 41 |
517 | 이창범-연어의 강 | 미주문협 | 2020.07.02 | 42 |
516 | 바람의 발자국 / 박정순 | 미주 | 2024.03.01 | 44 |
515 | 김영수-紅梅 | 미주문협 | 2020.01.18 | 44 |
514 | 가끔, 시를 쓰는 일은 / 이창윤 | 미주 | 2023.06.30 | 44 |
513 | 이창범-정안수 | 미주문협 | 2021.11.01 | 45 |
512 | 사모곡-김희원 | 미주문협 | 2021.12.17 | 45 |
511 | 손용상-다시 일어나면 되잖아 | 미주문협 | 2022.05.31 | 47 |
510 | 현은숙-붉은비 | 미주문협 | 2021.06.02 | 47 |
509 | 아직은 / 시조 김기숙 | 미주 | 2023.05.18 | 47 |
508 | 콩나물 해장국 / 서외자 | 미주 | 2023.07.15 | 48 |
507 | 무응답도 응답이다 / 오정방 | 미주 | 2023.04.17 | 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