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범-연어의 강
2020.07.02 14:34
연어의 강
이창범
강은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품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강은 그가 품은 생명들이 꿈틀거림을 느꼈지만
온 몸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내색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언제 어느 때 누가 먼저 깨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떠들지 않았다
그저 물소리만 요란하게 흘러 보냈다
사람들은 마냥 부풀고 있는 만삭의 강이
양수를 터트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래 웅덩이 마다 들썩거리는 것은 알지 못했다
얕은 물 속 조약돌 사이에서 어른대는 햇살 그림자가
새 생명인 것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물가에 서서 흐르는 물만 바라보다
물소리만 귀에 담고 떠나갔다
조춘早春의 햇살이 점점 따가워 지면서
강의 흐름도 빨라지고 있었다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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