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라에 간 아이들 / 홍영순

2009.07.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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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가 꽃소식을 전하자, 갑자기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렸어요. 피어나던 꽃들이 움츠러들고, 아이들은 감기에 걸려 콜록거렸어요.
현구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현영이가 부엌에서 나오며 말했어요.
“오빠, 현수가 감기 걸려서 아무것도 못 먹어.”
“콩나물 없니? 감기 걸리면 엄마가 콩나물 국 끓여주셨잖아.”
“콩나물이 없어.”  
“그럼 시장에 가서 사와야지.”
현구가 방에 들어가 보니 현수는 열이 펄펄 나고 기침까지 했어요.
"현수야 많이 아프니?"
"형, 기도해줘 우리 아프면 엄마아빠가 기도해주셨잖아."
현구가 아빠처럼 현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자, 현수가 눈물을 글썽이며 힘없이 웃었어요. 동생의 콧물을 닦아주던 현구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현수야, 형이 감기약 사러 시장에 갔다 올게. 너 뭐 먹고 싶은 것 없니?”
현수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어요.
“형, 돈 없잖아.”
“돈 있어. 걱정하지 말고 말해.”
“풀꽃사탕 안 비싸?”
“비싸지 않아. 형이 얼른 약하고 풀꽃사탕 사올게.”
현구는 어둡기 전에 시장에 갔다 오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어요. 현구는 아픈 동생이 많이 걱정되었어요. 약을 사러가지만 엄마아빠가 없으니 불안했어요.
비 오는 산길을 혼자 걸으며 현구는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아빠를 불렀어요.  
“엄마아빠! 현수가 감기 걸려서 많이 아파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장님이 알면 고아원에 가라고 할 거예요. 내가 동생들 돌보겠다고 울며 떼를 써서 고아원에 안 간 것 아시죠?”
그동안 동생들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현구 얼굴로 자꾸만 흘러내렸어요.  

현구가 울며 산 고개를 넘어가자, 웬 낯선 아저씨가 길가에 쓰러져있었어요. 현구는 얼른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 아저씨를 일으키려고 했어요.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세요.”
아무리 흔들어도 아저씨가 정신을 못 차리자, 현구는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산골이라 비 오는 날 길에서 사람만나기도 어렵고, 버스정류장에나 가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헐레벌떡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간 현구가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도와주세요. 어떤 아저씨가 길에 쓰러져 있어요.”
그러나 아무도 현구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가겟집에 들어가 아저씨를 도와달라고 말하자 주인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어요.  
“정신 잃은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니? 경찰서에 전화 해 봐라.”  
현구는 공중전화박스를 찾아가 경찰서에 전화를 했어요.    
“어떤 아저씨가 길에 쓰러져 있어요. 도와주세요.”
“술 취해서 쓰러졌니?” 경찰관이 퉁명스레 물었어요.
“아뇨. 다치신 것 같아요. 꼼짝도 못하고 정신도 없어요.”
“그럼 주머니에 지갑이나 휴대폰이 있나봤니?”
“아뇨. 모르는 아저씨 주머니를 어떻게 뒤져요?”
“그럼 다시 가서 지갑이나 휴대폰이 있으면 아저씨 집으로 연락해라.”
현구는 전화를 끊고 다시 고개 밑까지 뛰어갔어요. 그러나 아저씨 주머니를 다 봐도 지갑도 휴대폰도 없었어요. 현구는 다시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어요.
“아까 전화했던 아이인데요, 고개 밑에 쓰러져 있는 아저씨 주머니를 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어떻게 하니? 지금은 바빠서 못 가겠다. 시간 되는대로 가볼게.”
“아저씨가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요. 그냥 두면 돌아가실 것 같아요.”
“미안하다. 꼬마야! 지금 사방에서 빗길 교통사고가 나서 경찰관들이 다 나가고 없다. 지금 경찰서엔 나 혼자뿐인데 어떻게 가니?”
“경찰관 아저씨, 제발 도와주세요.”
“얘야, 어디서 또 사고났나보다. 전화 받아야 하니까 그만 끊자.”
경찰관은 언제 가겠다는 말도 없이 전화를 뚝 끊었어요.
현구는 공중전화통 앞에 서서 망설였어요.
'아저씨를 택시로 병원에 모시고 갈까? 택시비를 내면 현수 약도 못 사고 콩나물과 풀꽃사탕도 못 사는데…….'
현구는 머리를 흔들며 버스정류장으로 갔어요. 그러나 곧 발을 멈췄어요.
'어떻게 하지? 그 아저씨는 그냥두면 폐렴에 걸리거나 돌아가실지도 몰라.'
현구는 아저씨가 걱정되어 택시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발길을 멈췄어요. 눈물을 글썽이던 현수의 얼굴이 떠올라서였어요. 현구는 약을 사러 갈려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어요. 그러나 다시 발을 멈췄어요.
'아저씨가 위험해. 그래도 현수는 집에 있으니까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현구가 아저씨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택시정류장으로 다시 가는데, 저만치 시장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어요. 현구는 버스를 보자 다시 발을 멈췄어요.
‘저 버스를 놓치면 언제나 또 버스가 오려는지 몰라. 현수가 약 사오기를 기다릴 텐데……."
현구는 우산을 접으며 버스를 타려고 뛰어갔어요. 그러나 현구는 차마 버스를 탈 수가 없었어요.
시장가는 버스가 흙탕물을 튕기며 떠나자, 현구는 택시 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조금 기다리자 빈 택시가 왔어요.
"저기 고개 밑에 쓰러져 있는 아저씨를 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여기 택시비는 있어요."
현구가 택시비를 꺼내 보이며 사정이야기를 하자 택시기사가 화를 냈어요.
“비가 와서 짜증나는데 길에 쓰러진 사람을 태우러가자니?”
택시기사는 차문을 쾅 닫고 그냥 가버렸어요.
현구가 아무리 사정이야기를 해도, 길에 쓰러져있는 아저씨를 태워주겠다는 택시가 없었어요. 현구는 아저씨 생각을 하자 점점 조바심이 났어요. 곧 날이 저물 것 같아 발을 동동 구르는데 택시한대가 현구 앞에 섰어요. 택시기사는 현구의 사정이야기를 듣더니 말했어요.
“그 아저씨도 걱정이지만 비 맞고 있는 네가 더 걱정이다. 어서 타라.”
현구가 택시를 타고 가 보니, 아저씨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어요. 택시기사는 타월을 깔고 흙탕물이 흐르는 아저씨를 안아다 택시에 태웠어요.
택시기사가 비에 흠뻑 젖은 현구에게 수건을 주며 말했어요.
“아저씨 병원에 입원 시키고 집에 가려면 늦을 텐데 부모님이 기다리시지 않겠니?”
“부모님 없어요.” 현구가 머뭇거리다 대답했어요.
“......”
택시기사는 한 참 동안 묵묵히 운전만 하더니 생각난 듯 질문했어요.
“그런데 너 어디 가던 길이었니?”
“동생 감기약 사러 시장에 가던 길이었어요.”
“그럼 감기약을 못 샀겠구나.”
“......”
“알았다. 내가 택시비를 안 받을 테니 동생 약을 사다 줘라. 알겠니?”
“감사합니다.”
현구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택시기사는 마치 아빠처럼 커다란 손으로 현구 어깨를 툭툭 두드렸어요.
택시기사는 아저씨를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교대시간이라 가고, 현구는 병원에 남았어요.
아저씨는 응급치료를 받고도 한참 후에야 눈을 떴어요.
“여기가 어디니?”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며 현구에게 물었어요.
“병원이에요.”
“병원? 내가 왜 병원에 왔니?”
“아저씨가 길에 쓰러져 있었어요.”
잠시 나갔던 의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길에서 정신을 잃으셨습니까?”
“강도를 만났어요.”
“그럼 경찰서에 신고하셔야죠.”
간호사가 경찰서에 연락하자 잠시 후 경찰관이 왔어요.
“어디서 강도를 만나셨습니까?” 경찰관이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은행에서 볼일 보고 회사로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섰어요. 내가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빗길이라 미끄러지며 앞차를 살짝 받았어요.”
“그때 차에서 내리시면 안 되는데요.” 경찰관이 말했어요.
“내리고 안 내리고 할 사이도 없었어요. 앞차에서 두 남자가 내리더니 내 창문을 두드렸어요. 내가 창문을 여는 순간 한사람이 손수건으로 내 입을 막았습니다.”
“마취제를 썼군요.” 의사가 말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경찰관이 물었어요.
“그 후론 모르겠어요.”
“얘가 택시로 병원에 모셔왔습니다.” 의사가 현구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이분을 얘가 병원에 데려왔어요?”
경찰관이 현구를 보더니 생각난 듯 물었어요.
“그러면 네가 아까 그 아이니?”
“아저씨가 아까 전화 받은 경찰관이세요?” 현구가 되물었어요.
“어떻게 이 아이를 아세요?” 아저씨가 경찰관에게 물었어요.
“죄송합니다. 사실은 아까 얘가 경찰서로 전화를 했었어요. 어떤 아저씨가 길에 쓰러져 있다고요. 그런데 제가 바빠서 못 갔습니다.”
경찰관은 강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범인을 잡는다고 나갔어요.  
“조그만 더 늦게 병원에 오셨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벌써 폐렴기가 좀 있습니다.” 의사가 아저씨에게 말했어요.
“너 아니었으면 내가 죽을 뻔 했구나! 네 이름이 뭐니?” 아저씨가 현구 손을 잡으며 물었어요.
“박 현구입니다.”
“어린 네가 어떻게 날 구했니?”
“예, 동생 감기약 사러 가다 아저씨를 봤어요.”
"그럼 동생 약은 아직도 못 샀겠구나?" 아저씨가 걱정스레 말했어요.
“이제 약 사러 가야죠. 아저씨 몸조리 잘 하세요.”
현구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 아저씨가 불렀어요.
“현구야, 잠시만 기다려라, 전화를 했으니 곧 사람이 올게다. 그 사람 차를 타고 가서 약을 사거라. 네 옷이 다 젖어서 그대로 나가면 감기 걸린다.”
“괜찮아요.”
현구가 그냥 가려고 병실 문을 여는데, 젊은 남자가 허둥지둥 병실로 들어왔어요. 젊은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아저씨에게 달려가며 말했어요.
“사장님! 괜찮으세요?”
“어지럽기는 해도 견딜 만해.”
“그런데 왜 송기사가 운전을 안 하고 사장님이 운전하셨어요?”
“송기사가 감기 걸렸기에 집에 보내고 내가 운전했어.”
“어디 다치지는 않으셨어요?”
“난 괜찮은데 현구가 날 구하느라 동생 약을 못 샀어. 동생이 많이 아픈가본데 최 비서가 약 사가지고 현구 집에 갔다 올 수 있겠나?”
“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최 비서가 주저함 없이 대답했어요.
“현구야, 아픈 동생이 기다릴 텐데 빨리 가봐라.” 아저씨가 말했어요.
최 비서가 현구를 차에 태우고 시장으로 갔어요. 현구가 감기약과 콩나물을 사고 풀꽃사탕을 사자 최 비서가 말했어요.
“네 동생이 풀꽃사탕 좋아하니?”
“예, 엄마가 풀꽃사탕이 몸에 좋고 맛있다고 자주 사다 주셨거든요.”
“내주머니에도 항상 풀꽃사탕이 있다.” 최 비서가 주머니에서 풀꽃사탕 몇 개를 꺼내 주며 말했어요. “이 풀꽃사탕은 감기 예방에 아주 좋으니 먹어라.”
      
현구가 집에 도착하자 현영이가 부엌에서 뛰어나왔어요.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해 그럴 일이 있었어. 현수는 어떠니?”
“현수는 아직도 많이 아파. 오빠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 먹었어.”
“아참, 현영아 인사해, 이 아저씨가 시장에도 같이 가고 집까지 차를 태워주셨어.”
“감사합니다.”  현영이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어요.  
현구가 최 비서와 함께 방에 들어가자, 현수가 기침을 하며 말했어요.
“형! 이제 왔어?”
“늦어서 미안해. 어서 일어나 약 먹어.”
“풀꽃사탕 사왔어?”
“사왔어. 감기에도 좋다니까 많이 먹어.”  
최 비서가 현수를 일으켜 앉히며 물었어요.
“동생이 아픈데 어른들은 어디가시고 너희들뿐이니?”
현구가 머뭇머뭇 하더니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부모님은 지난가을 오토바이 사고로 천국에 가셨어요.”
“그럼 그동안 너희들끼리 이 산골에서 살았니?”
“부모님이 재배하시던 버섯을 따서 팔아야 하거든요.”  
“너희들 몇 살인데 어른도 없이 살았니?”
“저는 열세 살이고 현영이는 열한 살, 그리고 현수는 여덟 살이에요.”
“너희들끼리 살기엔 너무 어리구나!”
최 비서가 걱정스레 말하자, 현구가 당황하며 말했어요.
“우린 어리지 않아요. 고아원에 안가고 우리들끼리 잘 살 수 있어요.” 현구는 그렇게 말하고도 안심이 안 되는지 동생들을 보며 말했어요. “너희들도 나하고 잘 살 수 있지?”
현영이와 현수가 최 비서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난 너희들 고아원에 가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최 비서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병원으로 돌아갔어요. 그 후에도 최 비서는 사장님 심부름으로 아이들이 필요한 걸 사가지고 몇 번 다녀갔어요.  

현구 어머니가 심어놓은 함박꽃이 활짝 피던 날, 이장이 현구네 집에 왔어요.
"버섯 좀 따다 팔았니?" 이장이 현구에게 물었어요.
"저~어……."
“나도 다 알고 왔다. 버섯 팔게 없지? 어린애들이 어떻게 버섯재배를 하니?”
“제가 취직해서 동생들 기를 거예요.” 현구가 머리를 푹 숙인 채 말했어요.
“그렇다고 어린 너희들끼리 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니?”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우리가 잘 살게요.”
“너희들이 걱정되어 내가 고아원에 가봤다. 요즘고아원은 옛날 같지 않아 먹는 것도 좋고 시설도 웬만한 집보다 낫더라. 네가 동생들 기르는 것보다 고아원에 같이 가서 지내는 게 훨씬 날 거야. 간 김에 원장님도 만나보고 서류도 가져왔다.”
이장이 서류를 현구 앞에 내놓자 현수가 울며 밖으로 뛰어 나갔어요. 그때 누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최 비서가 왔어요.
“현수야, 왜 우니?” 최 비서가 물었어요.
“이장님이 우리들 고아원에 가래요.” 현수가 최 비서 뒤로 숨으며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라. 내가 도와줄게.”
최 비서가 현수 손을 잡고 들어가자 현구와 현영이가 반색을 했어요.  
“현구야, 사장님께서 너희들 초청 하셨다. 같이 가자.” 최 비서가 말했어요.
“당신이 누군데 아이들을 데려 갑니까?”
이장이 최 비서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어요.
“지난번 우리사장님이 강도를 만났을 때 현구가 구해드렸어요. 그래서 오늘 사장님이 현구와 동생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예? 현구가 사장님을 구했다고요? 언제 어디서요?” 이장이 놀라며 물었어요.
최 비서가 자세히 설명을 하자, 이장은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갔어요.

현구 삼남매를 태운 차가 한 시간쯤 달리자 꽃이 가득 핀 들판이 나왔어요.  
“와~아!! 저게 다 꽃이에요?” 현영이가 차창 밖을 내다보며 소리쳤어요.
“그래, 다 꽃이다.” 최 비서가 웃으며 말했어요.
“꽃 나라 같아요! 누가 이렇게 많이 심었을까요?” 현구가 물었어요.
“우리 회사에서 심었어.”
“회사에서 꽃을 심어요? 뭐하려고 저렇게 많은 꽃을 심어요?” 현영이가 놀라며 물었어요.
“이 꽃들은 다 먹는 꽃이야. 꽃차와 꽃 사탕을 만들고, 과자나 빵도 꽃으로 색깔과 향을 내지. 우리 회사는 인공 색소나 인공향료는 쓰지 않고 모두 풀과 꽃을 쓰거든. 현수가 좋아하는 풀꽃사탕도 여기서 핀 꽃으로 만든다.”
“풀꽃사탕은 「꽃 나라」에서 만들잖아요?”
“맞아. 「꽃 나라」는 우리 회사이름이야.”
“정말요? 이 꽃들로 풀꽃사탕을 만들었어요?” 현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어요.
“꽃차는 수출도 하고 있어. 완전 무공해로 기른 꽃과 잎으로 만들거든.”  
꽃밭을 양쪽으로 끼고 한참 가자 <꽃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란 현수막이 보였어요.
꽃 나라 정문으로 들어 간 현구 삼남매는 입을 벌린 채 말을 못했어요. 회사 안에도 여기저기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했지만, 건물 벽도 온통 꽃밭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벽에다 꽃을 심었어요?" 현수가  물었어요.
"하하하 그건 꽃밭이 아니고 꽃밭 그림이야. 처음 온 사람들은 진짜 벽에다 꽃을 심었는지 알지."
최 비서가 신나게 웃으며 말하자, 현수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며 말했어요.
"요술 나라에 온 줄 알았어요."
현구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자 향긋한 꽃향기가 달려와 안기고, 아름다운 동요가 울려 퍼졌어요.
"동요를 들으며 꽃길을 걸으니까 정말 꽃 나라에 온 것 같아요." 현영이가 동요를 따라 부르며 말했어요.
꽃밭을 가꾸던 정원사가 웃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최 비서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곳은 사장실이었어요.
“어서들 오너라.” 사장님은 현구네 아이들을 귀한 손님처럼 맞이했어요.
“그동안 잘 있었니? 내가 찾아갔어야 하는 건데 오라고 해서 미안하다.”
사장님은 현구 삼남매에게 직접 회사를 구경시켜줬어요. 꽃으로 사탕과 과자 만드는 걸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도 했어요.
회사를 구경시킨 사장님이 꽃밭 가운데 있는 아담한 아파트로 가며 말했어요.  
“여기는 우리 회사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집이 멀어 출퇴근하기 힘든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밥은 따로 하지 않고 회사 식당에서 다 같이 먹는다.”
사장님이 205호 앞에 발을 멈추더니 조심스레 말했어요.
“마침 빈 아파트 하나가 있어 너희들이 살도록 꾸며 놨다.”
“아파트요?” 현구가 놀라며 말했어요.
“너희들하고 의논도 없이 준비해서 미안하다.” 사장님은 마치 잘못해놓고 야단맞을 걸 걱정하는 아이처럼 아이들 눈치를 보며 말했어요.    
“저희들은 집이 있는데요.” 현구가 말했어요.
“너희들 소식을 들은 꽃 나라 식구들이 모두 함께 준비한 거야. 너희들 여기 살면서 우리 꽃 나라 식구가 되면 안 되겠니?” 사장님이 물었어요.
아이들은 갑작스런 일이라 대답을 못하고 서있었어요.
“아무튼 너희들이 편안히 살도록 준비했으니 구경 해보자.”
최 비서가 아파트 문을 열고 현구 삼남매를 데리고 들어갔어요.
“어~어? 저건 우리 가족사진인데!”  
현수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어요. 거실 벽에 현수네 가족사진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걸려있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가을 버섯을 따며 엄마아빠와 찍은 사진이었어요. 지난 번 최 비서가 가족사진 한 장 빌려가더니 바로 그 사진입니다.
“엄마아빠 사진이 있어서 좋으니?”사장님이 현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예.” 현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했어요.
아이들이 엄마아빠 사진 앞에서 떠나지 못하자, 사장님이 현수 손을 잡고 큰 방으로 갔어요.    
“이 방은 현구와 현수 방이다. 마음에 드나 봐라.”
사장님이 안내한 방에는 침대가 둘이 나란히 있고, 책상도 둘이고 컴퓨터도 둘이나 있었어요. 책꽂이에는 책들이 꽂혀 있고, 옷장에는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있었어요.  
현수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어요.
“형! …….” 현수는 형을 불러놓고는 차마 말은 못했어요. 그러나 현구는 동생이 하고 싶은 말을 압니다. ‘형, 우리 여기서 살자’ 라는 말을요.
“현영이 방에도 가보자.” 최 비서가 현영이 방으로 안내했어요.
현영이 방은 더 예뻤어요. 분홍색 커튼이 살랑이며 꽃향기가 방안으로 들어왔어요. 책상에 컴퓨터가 있고 옷장에는 현영이가 좋아하는 예쁜 옷들이 걸려있었어요.  
방안을 둘러보던 현영이가 오빠를 봤어요. ‘오빠, 여기서 살고 싶어.’ 하는 눈빛으로요.
집 구경을 다 하고나니 최 비서가 말했어요.
“현구야, 나도 바로 옆에 있는 206호에 산다. 우리 같이 살자.”
현구가 동생들을 봤어요. 현영이와 현수도 현구를 봤어요. 현구는 동생들의 눈만 보아도 마음을 다 압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현구가 동생들 손을 잡고 사장님 앞에 섰어요.
“감사합니다. 저희들도 꽃 나라 가족이 되고 싶어요.” 현구가 말했어요.
“축하한다. 이제부터 우린 한 가족이다.” 사장님이 현구 삼남매를 힘껏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얘들아 어서 식당으로 가자. 아파트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장님과 최 비서가 아이들 손을 잡고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은 예쁜 풍선들과 꽃으로 꾸며졌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차려져 있었어요. 사장님이 아이들을  앞에 세우고 소개했어요.
“여러분, 현구와 현영이 그리고 막내 현수를 소개합니다. 오늘부터 우리 꽃 나라 가족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서로 사랑하며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기 바랍니다.”
현구 삼남매가 인사를 하자, 모두들 손뼉을 치며 환영했어요.  
꽃밭에 꽃들도 현구, 현영, 현수를 반기며 달콤한 꽃향기를 보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