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정국희
2011.11.01 08:42
부유하는 미역줄기처럼
사방팔방으로 흔들리다 녹초된 저녁
돈벌이 끝내고
대저 목숨이 무엇이관데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한 끼 식사 앞에 정중히 않는다
해바라진 대접 속
서리 맞은 무 우려낸 듯
희멀건 동치미 국물에
굴수발이 남실하게 담겨 있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착해진다 했던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고 있는 눈꺼풀 속으로
한소절 연한 마음이 파고들고
아직 용서 못할 일 무엇일까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옵시고
그토록이나 아득하고 깊은 동굴을 빠져나와
여간내기가 아니게 살고 있는 지금
온종일 작은 깃발로 쉴새없이 나부꼈어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아멘
아무리 거친 것도 물에 담기면 순해지 듯
기도 앞에서 면처럼 부드러워진 나
숙연해진 면을
물살 일지 않게 가만가만 젓는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6 | 그 여자 / 임혜신 | 관리자_미문이 | 2011.10.18 | 163 |
245 | 계절 앞에서 / 장정자 | 관리자_미문이 | 2011.10.24 | 127 |
» | 기도 / 정국희 | 관리자_미문이 | 2011.11.01 | 143 |
243 | 꽃씨 한 알 / 정용진 | 관리자_미문이 | 2011.11.07 | 197 |
242 | 소나기 오던 날(1) / 정찬열 | 관리자_미문이 | 2011.11.14 | 177 |
241 | 스위치는 없으셔도 / 조옥동 | 관리자_미문이 | 2011.11.21 | 155 |
240 | 외줄기 담쟁이 / 지희선 | 관리자_미문이 | 2011.11.28 | 134 |
239 | 우리 사랑의 목격자 / 최상준 | 관리자_미문이 | 2011.12.06 | 138 |
238 | 아무르 연가 / 최영숙 | 관리자_미문이 | 2011.12.12 | 569 |
237 | 만남 / 최익철 | 관리자_미문이 | 2011.12.19 | 107 |
236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관리자_미문이 | 2012.01.03 | 107 |
235 |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 / 강성재 | 관리자_미문이 | 2012.01.09 | 106 |
234 | 캐롤이 있는 밤 / 구자애 | 관리자_미문이 | 2012.01.17 | 70 |
233 |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 권태성 | 관리자_미문이 | 2012.01.26 | 174 |
232 | 또순이의 마지막 선택 / 김수영 | 관리자_미문이 | 2012.02.06 | 183 |
231 | 갈림길 / 김영강 | 관리자_미문이 | 2012.02.14 | 118 |
230 | 비탈에 서서 / 김영교 | 관리자_미문이 | 2012.02.20 | 115 |
229 | 소켓 속의 세상 / 김인자 | 관리자_미문이 | 2012.02.27 | 80 |
228 | 돋보기 / 김태수 | 관리자_미문이 | 2012.03.05 | 54 |
227 | 공감담요 / 김학천 | 관리자_미문이 | 2012.03.14 | 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