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고현혜(타냐)
2008.07.09 03:21
바쁜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고
돌아와 어수선한 부엌에 서면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상이 그립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에
가시 발려 올려지는 생선구이
따스한 국 한그릇.
아이들이 먹다 남기고 간 프렌치 토스트
메플시럽에 찍으며
어머니를 기다리다
나
일어나
햅쌀 한 줌 씻는다.
남편 주려고 얼려 논 생선을 녹이고
아이들 주려고 끓여 놓은 국을 데운다.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내 부엌에서
나의 밥상을 차린다.
고소히 익어가는 밥 냄새
알맞게 구어지는 생선
따스히 덥혀진 국의 불을 끄며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아직 어린 내 영혼을 먹인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6 | 고현혜-집으로 | 미주문협 | 2018.06.14 | 73 |
125 | 장효정-겨울강 | 미주문협 | 2018.06.28 | 124 |
124 | 안경라-아직도 널 기다려 [1] | 미주문협 | 2018.07.15 | 117 |
123 | 안서영-섬 | 미주문협 | 2018.07.31 | 73 |
122 | 정국희-다음 생이 있다면 | 미주문협 | 2018.08.16 | 90 |
121 | 이일영-벼랑의 소나무 | 미주문협 | 2018.08.31 | 220 |
120 | 박복수-우쿠렐레 | 미주문협 | 2018.09.16 | 73 |
119 | 미주문학상 당선작-분수 | 미주문협 | 2018.10.01 | 124 |
118 | 이윤홍-감나무 [1] | 미주문협 | 2018.10.17 | 538 |
117 | 신현숙-가을 하늘에서 만나는 것 | 미주문협 | 2018.10.30 | 436 |
116 | 최용완-숨소리 | 미주문협 | 2018.11.15 | 65 |
115 | 장정자 시인-자카란타여! | 미주문협 | 2018.12.01 | 119 |
114 | 고현혜-무엇을 노래하든 | 미주문협 | 2018.12.20 | 97 |
113 | 정용진-여백(餘白) | 미주문협 | 2018.12.30 | 66 |
112 | 최혜령-반세기를 넘은 화해 | 미주문협 | 2019.01.06 | 77 |
111 | 친구-김병현 | 미주문협 | 2019.01.19 | 76 |
110 | 안규복-작대기 하나 내리긋고 | 미주문협 | 2019.01.28 | 79 |
109 | 이일초-식탁에 샘이 있다 | 미주문협 | 2019.02.19 | 83 |
108 | 전희진-노인 | 미주문협 | 2019.03.01 | 92 |
107 | 현원영-인생길 | 미주문협 | 2019.03.14 | 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