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정문선

2007.02.28 04:13

미문이 조회 수:222 추천:19

희미했던 세상이 맑게 보인다 흐릿한 점들은 이어져 글자가 되고 아무것도 없던 백지엔 오선(五線)이 보여 피아노를 친다 말끔하던 방은 먼지들이 부산하게 걸어 다니고 동그란 내 얼굴이 수학 선생님이 되긴 하지만 세상이 밝게 보이고 눈먼 사람과 나이 든 어르신들의 고행을 알 수 있게 된다 알이 빠진 줄 모르고 통역을 갔다가 서류를 읽지 못해 다급했던 그 날 이후 나의 작은 손가방엔 안경 둘을 넣고 다닌다 어두워 진 세상을 환하게 하는 안경 세상으로 어두어 진 내 마음도 밝게 할 안경 하나 없을까 평생을 꺼내지 못한 마음 속 캄캄한 소리 밝혀 줄 안경 하나 없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