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가을 길 / 조옥동
2007.10.27 15:29
버지니아의 가을 길
나른한 아침이 냇가에서 발목을 씻는 동안
햇빛을 업고 가을이 도망을 친다
훌훌 태우는 계절의 마른 가슴
하늘 끝까지 쳐들고
버지니아 단풍의 강을 건너고 있다
세난도아(Shenandoah)의 꾸던 꿈 이슬로 맺히는
가을을 표백하는 하늘 멀리
나무들 사이로 길을 열면
고향의 햇과일 냄새가 난다
삶의 눈보라 속
언 가슴 옷고름 풀고
먼 여정 무거운 신발 벗어
해맑은 차창에 기대면
잔잔한 물결 눈물의 강도 흐르는데
서로의 그늘을 지우려
마지막 잎새까지 떨구고
바로 서는 지순한 나무들
따뜻한 체온 묻어주고 햇살 총총히 떠날 때
골몰하게 엿보는 어둠의 뒷자락 밟으며
가을은 또 도망을 친다
그 뒤로
얼핏얼핏 바쁘게 쫓는 내 그림자가 보인다
* 세난도아; 인디안 추장의 딸(별들의 딸이란 뜻) 이름을 딴
버지니아(Virginia) 동쪽에 있는 지명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6 | 올챙이 피는 연못-장태숙 | 미문이 | 2007.09.04 | 224 |
425 | 풀 꽃 - 장효정 | 미문이 | 2007.09.12 | 128 |
424 | 산이 정겨워 질때 / 전지은 | 미문이 | 2007.09.23 | 122 |
423 | 검은 고드름 / 정어빙 | 미문이 | 2007.09.28 | 91 |
422 | 새소리 / 정용진 | 미문이 | 2007.10.06 | 90 |
421 | 술 익는 마을 / 정찬열 | 미문이 | 2007.10.13 | 461 |
420 | 비둘기 발가락 / 정해정 | 미문이 | 2007.10.20 | 327 |
» | 버지니아의 가을 길 / 조옥동 | 미문이 | 2007.10.27 | 165 |
418 | 시인의 봄날 / 조정희 | 미문이 | 2007.11.09 | 200 |
417 | 눈물은 성수입니다 / 지희선 | 미문이 | 2007.11.28 | 312 |
416 | 못된 여자 / 채영식 | 미문이 | 2007.12.11 | 137 |
415 | 영규네 농장 / 최문항 | 미문이 | 2007.12.23 | 701 |
414 | 그랜드 캐년에서 / 최복림 | 미문이 | 2008.01.12 | 119 |
413 | 길 / 최석봉 | 미문이 | 2008.01.29 | 149 |
412 | 고해 / 최영숙 | 미문이 | 2008.02.13 | 289 |
411 | 내가 살고 싶은 곳 / 최익철 | 미문이 | 2008.02.23 | 233 |
410 | 참깨 / 최향미 | 미문이 | 2008.03.11 | 244 |
409 | 지상에 남기는 바다의 꿈 / 한길수 | 미문이 | 2008.03.28 | 134 |
408 | 엄마 다시 만나요 / 홍영순 | 미문이 | 2008.04.16 | 321 |
407 | 삶과 풍선 / 홍인숙 | 미문이 | 2008.05.12 | 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