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유봉희

2009.02.03 07:43

미문이 조회 수:60 추천:4

약속 장소는 분명 이곳 그러나 약속 시간을 모른다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 잠깐 잠깐 고양이 잠을 잘 때라도 나는 어금니를 악물고 있다 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것은 헤벌어진 입 나는 모든 자존심을 여기에 걸었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밭에 수시로 자라나는 잡초를 뽑아 내는 것이 큰일이다 저기, 마침내 그녀가 돌아오고 있다 만나자마자 손끝으로 내 급소를 누른다 급소가 기쁨을 갖다주는 이상한 나의 체질 자존심도 내던지고 무너진다 열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 그러나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말이 필요 없는 사이라고 나는 행복한 주물인간 모델 HDL-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