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움에 대하여 / 강성재
2008.05.29 05:30
늦은 봄에도 산촌엔 눈이 내렸다.
어미 놓친 어린 노루새끼 한마리
눈밭 위에 엎어져 잠이든 사이에도 바람은 잠들지 못해
기나긴 겨울밤을 눈밝혀 지세웠고
산촌엔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다
차가운 북풍에 길들여진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것에 대하여
생기 잃은 봄햇살이 담벼락에 기대어 게으른 몸뚱이를 뒤척이고
있는것에 대하여
아흔세살 옆집 할아버지 낡은 흔들의자에 흔들거리며 촛점 잃은
눈망울로 먼뎃산을 바라보고 있는것에 대하여
나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이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일상의 회전과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시간들
그럼에도 어딘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열차에
내가 많은 승객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나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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