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고현혜(타냐)

2008.07.09 03:21

미문이 조회 수:187 추천:1

바쁜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고 돌아와 어수선한 부엌에 서면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상이 그립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에 가시 발려 올려지는 생선구이 따스한 국 한그릇. 아이들이 먹다 남기고 간 프렌치 토스트 메플시럽에 찍으며 어머니를 기다리다 나 일어나 햅쌀 한 줌 씻는다. 남편 주려고 얼려 논 생선을 녹이고 아이들 주려고 끓여 놓은 국을 데운다.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내 부엌에서 나의 밥상을 차린다. 고소히 익어가는 밥 냄새 알맞게 구어지는 생선 따스히 덥혀진 국의 불을 끄며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아직 어린 내 영혼을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