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2008.03.12 14:25
벽
한약방 한쪽 벽
건조한 몸으로
몇 해째 걸려있는 사슴
초원을 달리던 뿔이
막막한 벽을 향해
여차하면
달려나갈 기세로 뻗어있다
꿈 속에서 무시로 닿던 산마루
꺽인 시간 속을 넘어
벽을 뚷고
수십 번 내달려 보고서야
빈 몸통임을 깨달았을까
썩지 않고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마음을 먼저 비워내야 했을
똑같은 곳만 바라보다
뜬 눈으로 정지되버린 동공
언젠가 질척한 땅을 달릴
환생의 꿈이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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