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2008.02.12 23:22
신호등
장대비 내리는 사거리
촘촘한 사연 올려 논 몸뚱이로
강물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사랑했던 기억 하나 만으로
소망은 늘 하늘 끝에 메어 두고
먼 길 비치는 불빛으로 서성인 세월
엇갈린 길에
누울수도 없는 몸이 막막함에 지쳐
침전되어 가고 있다
우중충한 회상이 깔린 건널목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오고 갔을
포개진 발자국들이
빗물에 뭉뚱그려져 휩쓸려 가고 있다
무슨 위안을 얻겠다고
온 생을 목숨 걸어 놓고
돌아 올 길 만들고
쉬어 갈 길도 만들며
품앗이로 불 바꿔 가며 암팡지게 버텨왔나
텅 빈 어둠 위에
비 맞고 선 충혈된 눈빛
타주에서 왔을 무거운 트럭이
졸음을 훔쳐 무턱대고 내뺀 뒤
지축을 흔들며 발광하고 오는 오토바이가
남은 밤마져 끌고 가면
머지않아
새털구름 앞세워 먼동이 터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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