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로스앤젤레스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이후부터 겨드랑이가 자주 간지러웠고 심지어는 

날개가 있는 나를 꿈에서 자주 보았다

사실 나는 천사였는데, 진즉 천사였던 것이었는데

천사의 땅에 터를 잡기 전까지 몰랐다

나는 문득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햇빛을 동그랗게 잘라 후광으로 두었다

거리 곳곳에는 빨강 파랑 노랑불이 의병처럼 도시를 지키고

젊은 천사들은 그 아래서 뽀뽀를 하고

눈 코 입이 까만 천사들은 큰소리로 웃거나 째려보거나 건들건들했다

팜츄리 즐비한 천사의 도시에 자리를 잡은 건 잘한 일이었다

분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는데 젖과 꿀 대신 얼핏 스쳐가는 폭풍도 괜찮았다

술 마실 틈도 없냐는 술집 간판과

사장님 대박 나세요 횟집 간판이

몸뚱이가 유일한 재산인 코리언을 솔깃하게 함은 물론, 물인지 불인지 분간하도록

심장에 불을 지펴주는 건 덤이었다

나는 나와 닮은 천사들이 별로 없어서 주로 한글과 친했다

이를테면 글자들을 줄줄이 세워놓고 늘였다 줄였다 글자 놀음하기가 일쑤였다 

언문이 똑똑 떨어지고 호흡이 구구절절 맞으면 좋아서 혼자 손뼉을 치기도 하고

알레고리와 메타포가 제대로 맛을 내면 흥얼흥얼

찢어진 청바지 입고 영화관엘 가기도 했다

혼자 놀아서 인지 불멸의 영혼을 지닌 나도 어쩔 수 없이 건조증에 걸렸다

땡볕과 바람의 궁합이 맞지 않아 생긴 결과이다

핑계를 대자면 자외선으로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었다

꿈에 내 몸에서 나온 날개는 실은 밖으로 나오기 위한 흰 그늘의 반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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