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의 밤
2016.01.28 10:32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어둠 속
밤을 움직이는 파도소리는 새가 날아가는 소리보다 아름답다
파도의 현을 켜서 검은 음표를 토해내는 바다
울퉁불퉁 물결이 길어올리는 하모니는
물고기들에겐 아늑한 자장가 소리
우주가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다
별들이 긴 여장을 풀고 잠들어 있는 풍만한 저 품속
물의 결을 따라 달빛이 한 올 한 올 두릅으로 엮이고
멈춤을 모르는 출렁임의 근성으로
넘실넘실 생의 맥박이 일어서는 동안
밤의 등허리는 동쪽을 향해 조금씩 돌아눕고 있다
두 귀 모으고 나를 지키는 별들
설혹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일지라도
만선의 깃발처럼 펄럭이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 지다가
문득
달을 품고 몸 추스리는 검은 해저 속
환각의 그림자 하나 건져올린다
갑자기 무언가에 용서 빌고 싶은 마음
잠깐, 그를 떠올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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