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2013.05.11 03:05

정국희 조회 수:628 추천:60




정국희의 산국|이계절의詩추천코너

애지사랑



산국

          정국희          





노란 산국을

연한 소금물에 씻어

아기 재우 듯 살살 말린다



멍석에 파래 말리던

오종종 모여있던 섬마을

물살 센 갯바위 끝

허공에 지천으로 기대 선

산국을 본다



바닷물을 베갯머리에 둔

물머리집 토방

풋앵두 따먹던 아이

육지로 난 뱃길 볼 때마다

도시로 갈꺼야

궁리하던 아이



고요한 물살 위로 물고기들

주둥이 내밀어 초록 뱉어내면

미끈, 비늘파동이 보이던 곳

사정없이 웃자란 옥수수가

서리하는 초생달에 놀라 선잠 깨던 곳



조그만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로

해마다 창꽃 피워놓고 설래던 뒷산은

아직도 철철이 봄을 지필까



시퍼런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산국에서 파래냄새가 난다



----정국희 시집 {노스캐롤라이나의 밤}(도서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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