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을

2011.12.28 01:47

정국희 조회 수:637 추천:68




물방울


똑같은 크기의 빗방울들
더 좋은 곳에 떨어지려고
이리 저리 기웃대지 않는다
어디든 몸 닿는 곳이 내 자리거니
자신의 형체를 버리고
땅속으로 느슨히 스며든다
새어드는 문은 항상 열려 있어
숨쉬고 있는 곳은 지하의 음습한 곳이라도
역한 흙냄새라도
조용히 들어가 꿈을 돋아 준다
가는 길목길목
무수한 길들이 잡아당기기도 할 것이다
꽃 봉오리 막 피워낼 연약한 꽃대궁이거나
숨이 고비에 찬 고목이거나
송사리 떼 간당간당 목타는 고랑이거나
바람도 안 건들고 지나가는
시들시들한 풀잎이거나
그들은 몸 닿는 순간
좋아라 소리치면서
부드럽게 흔들리면서
결 고르게 숨소리 맞추어 갈 것이다

그저, 하찮게 떨어지는 빗물이
모든 뒤틀린 것들의 뿌리를
곧추세우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위층 남자 정국희 2008.03.27 644
142 카페에서 정국희 2008.10.25 643
141 백자 정국희 2009.11.01 639
» 물방을 정국희 2011.12.28 637
139 기도 정국희 2011.10.01 637
138 정국희 2010.01.14 637
137 친정집을 나서며 정국희 2009.12.01 637
136 시간 속에서 정국희 2009.09.06 635
135 그 남자 정국희 2012.08.30 631
134 정국희 2012.07.20 631
133 산국 정국희 2013.05.11 628
132 질투 정국희 2008.08.21 628
131 모녀 정국희 2008.08.29 626
130 진실 정국희 2008.10.11 625
129 요지경 세상 정국희 2008.08.21 623
128 정국희 2011.05.22 620
127 한국에서 정국희 2008.02.09 618
126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 정국희 2008.02.15 610
125 문정희시집 <응> 에 대한 감상문 정국희 2015.06.18 610
124 소리 정국희 2008.02.23 602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
어제:
12
전체:
88,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