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

2012.02.21 23:51

정국희 조회 수:717 추천:78



나이 값


나이가 드니 말이 헛나온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아
생각은 5번 길인데
말은 그 옆길 10번으로 나온다

입은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몇십 년 밥 먹듯 해온 말을
고분고분 정갈하게 하지 못하고
일랑절랑 너픈너픈 딴 말을 내뱉는다

다 시간 탓이다
시간이 몸에 무늬를 새겨 넣은 탓에
입에 침이 마르면서
달달한 것이 땡기고
뜨뜻한 아랫목이 받치더니
오장육부가 헐거워졌나 보다
오랫동안 소통되던 기관들이
제 기능을 기억하지 못하고
딴 짓을 똑똑하게 한다

공로 없이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고매한 말은 못할망정
엉뚱한 말이 잔망스럽게 튀나오니
민망한 심신이
저 혼자 불안하고 창피하다

아무래도 나이 값을 치루지 않고
거저먹은 탓일 게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이영광시인의 <아픈천국>에 나타난 시의 특징 정국희 2015.10.21 591
122 향수 정국희 2012.11.30 591
121 가끔은 정국희 2011.08.17 591
120 아버님 전상서 정국희 2008.02.17 591
119 소포 정국희 2008.03.05 590
118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정국희 2011.06.12 589
117 중딸기 정국희 2008.02.15 587
116 신발 뒷굽을 자르다 정국희 2012.01.20 584
115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1.09.12 583
114 12월 정국희 2008.02.09 581
113 동병상련 정국희 2008.03.13 580
112 시적 패러디의 정의.특성 양상 정국희 2015.11.03 577
111 한국에서3 정국희 2008.03.27 576
110 맨살나무 숲에서 정국희 2009.08.11 575
109 Office 에서 정국희 2008.03.20 573
108 영정사진 정국희 2011.08.31 571
107 정국희 2008.03.12 567
106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정국희 2008.02.12 567
105 눈빛 정국희 2012.10.30 566
104 정국희 2008.08.21 565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7
어제:
13
전체:
88,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