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쇄

2011.09.25 03:23

정국희 조회 수:712 추천:62




포쇄


일 년 중 책 말리기에 가장 좋다는
칠월 칠석 다음날
책 대신 하늘 밀어내고
눅눅한 이불을 넌다

자르르 윤기 도는 햇빛
우우 불씨 달고 달려들자
후줄근 배인 나른한 습성
이게 얼마 만인가
몸을 열어 힘껏 끌어안는다

음지에서 군입정으로 주워 먹던 햇빛
오랜만에 몸 깊숙이 파고들자
누워서만 지내던 핏돌들
경련 일으키며 먼 산을 흔들고
접혔던 관절들이
하늘을 훌쩍 들어올리는 순간
밤마다 뭉개져 생을 단련받던
뒤척인 소리들이 주루룩 쏟아져 나온다

휘모리 장단으로 퍼붓던 열기에
벌써 몸이 개운해진 듯
여기저기 붙어 있는 머리카락
고슬고슬 떨어내고 있는
금세 화사해진 얼굴이라니



포쇄: 음력 칠월칠석 이후에 행해지던 습속
서적들을 내놓고 햇볕을 쪼이는 행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맥시코 국경에서 정국희 2008.02.23 558
102 남의 말 정국희 2013.02.18 560
101 가게에서 정국희 2013.04.02 560
100 정국희 2008.08.21 565
99 눈빛 정국희 2012.10.30 566
98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정국희 2008.02.12 567
97 정국희 2008.03.12 567
96 영정사진 정국희 2011.08.31 571
95 Office 에서 정국희 2008.03.20 573
94 맨살나무 숲에서 정국희 2009.08.11 575
93 한국에서3 정국희 2008.03.27 576
92 시적 패러디의 정의.특성 양상 정국희 2015.11.03 577
91 동병상련 정국희 2008.03.13 580
90 12월 정국희 2008.02.09 581
89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1.09.12 583
88 신발 뒷굽을 자르다 정국희 2012.01.20 584
87 중딸기 정국희 2008.02.15 587
86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정국희 2011.06.12 589
85 이영광시인의 <아픈천국>에 나타난 시의 특징 정국희 2015.10.21 589
84 소포 정국희 2008.03.05 590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
어제:
7
전체:
88,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