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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5 03:23

정국희 조회 수:712 추천: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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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책 말리기에 가장 좋다는
칠월 칠석 다음날
책 대신 하늘 밀어내고
눅눅한 이불을 넌다

자르르 윤기 도는 햇빛
우우 불씨 달고 달려들자
후줄근 배인 나른한 습성
이게 얼마 만인가
몸을 열어 힘껏 끌어안는다

음지에서 군입정으로 주워 먹던 햇빛
오랜만에 몸 깊숙이 파고들자
누워서만 지내던 핏돌들
경련 일으키며 먼 산을 흔들고
접혔던 관절들이
하늘을 훌쩍 들어올리는 순간
밤마다 뭉개져 생을 단련받던
뒤척인 소리들이 주루룩 쏟아져 나온다

휘모리 장단으로 퍼붓던 열기에
벌써 몸이 개운해진 듯
여기저기 붙어 있는 머리카락
고슬고슬 떨어내고 있는
금세 화사해진 얼굴이라니



포쇄: 음력 칠월칠석 이후에 행해지던 습속
서적들을 내놓고 햇볕을 쪼이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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