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2011.07.17 23:08
바람아
봄을 나르는 너는
사연 분분했던 겨울 몰아내고
젖가슴 뽀얀 목련 앞세워
한껏 치장하고 왔구나
시간은 항상 생각보다 먼저 흐르고
제 때에 오는 건 언제나 너 뿐이구나
혹시 보았니
손끝 저리는 그리움 담고 내 앞에 서 있다
금방 올 것처럼 돌아선 사람을
어젯밤
절반의 어둠 술잔에 남겨둔 채
젖은 풍경으로 가버린 사람은 누구였니
지난밤 긴 얘기 함께 나눈 꽃잎
안녕 외롭지 말아요
새벽녘 잠깐 내린 비로 지고 말았구나
모든 죽음이 그렇듯
저토록 고요한 죽음이라니
시절을 휘돌아 멀미 나도록 살았어도
비바람 한 자락이면 저리 쉽게 지는 것을
몇 조각의 사랑으로 우리는
꼬치꼬치 따지며 살고 있구나
죄송한 목숨 먼 길 떠나도
우리는 여늬 때처럼
저물녘엔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고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겠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3 | 바람 | 정국희 | 2012.02.03 | 780 |
82 | 80년대에서 2천년대에 이르는 시의 흐름과 변증법 | 정국희 | 2012.02.03 | 1034 |
81 | 신발 뒷굽을 자르다 | 정국희 | 2012.01.20 | 584 |
80 | 물방을 | 정국희 | 2011.12.28 | 637 |
79 | 선 | 정국희 | 2011.12.13 | 556 |
78 | 기도 | 정국희 | 2011.10.01 | 637 |
77 | 포쇄 | 정국희 | 2011.09.25 | 711 |
76 | 다음 생이 있다면 | 정국희 | 2011.09.12 | 583 |
75 | 영정사진 | 정국희 | 2011.08.31 | 571 |
74 |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 정국희 | 2011.06.12 | 589 |
73 | 가끔은 | 정국희 | 2011.08.17 | 591 |
» | 바람아 | 정국희 | 2011.07.17 | 521 |
71 | 소 | 정국희 | 2011.05.22 | 620 |
70 | 나의 아바타 | 정국희 | 2011.04.20 | 687 |
69 | 청실홍실 | 정국희 | 2011.04.07 | 730 |
68 | 등을 내준다는 것 | 정국희 | 2011.03.13 | 871 |
67 | 나이아가라 | 정국희 | 2011.02.13 | 683 |
66 | 똥꿈 | 정국희 | 2011.02.01 | 905 |
65 | 디아스포라의 밤 | 정국희 | 2011.01.02 | 696 |
64 | 오냐 | 정국희 | 2010.12.18 | 6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