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을

2011.12.28 01:47

정국희 조회 수:637 추천:68




물방울


똑같은 크기의 빗방울들
더 좋은 곳에 떨어지려고
이리 저리 기웃대지 않는다
어디든 몸 닿는 곳이 내 자리거니
자신의 형체를 버리고
땅속으로 느슨히 스며든다
새어드는 문은 항상 열려 있어
숨쉬고 있는 곳은 지하의 음습한 곳이라도
역한 흙냄새라도
조용히 들어가 꿈을 돋아 준다
가는 길목길목
무수한 길들이 잡아당기기도 할 것이다
꽃 봉오리 막 피워낼 연약한 꽃대궁이거나
숨이 고비에 찬 고목이거나
송사리 떼 간당간당 목타는 고랑이거나
바람도 안 건들고 지나가는
시들시들한 풀잎이거나
그들은 몸 닿는 순간
좋아라 소리치면서
부드럽게 흔들리면서
결 고르게 숨소리 맞추어 갈 것이다

그저, 하찮게 떨어지는 빗물이
모든 뒤틀린 것들의 뿌리를
곧추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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