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비밀을 읽다
2015.01.02 01:51
몸 속 비밀을 읽다
사내는 필름을 들고 들어왔다
항상 그리 해온 듯 필름을 꽃고 형광불을 켰다
하얀뼈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엑스레이를
쇠막대가 짚어가며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뼈사이 숨겨진 상처를 세밀하게 들추어 내
과거에서 현재까지 설명하고
나쁜 곳은 오래도록 지적했다
낮은 첼로음같은 균형잡힌 목소리가
조근조근 살 속의 비밀을 밝혀 내자
미열 있는 가슴으로 긴장이 죄어오기 시작하고
이마 위론 어질어질 빈혈이 인다
내 근심을 엿듣고 있는 둘사이의 공간이
심한 안개주의보를 발효한다
무한세계가 소유하는 침묵 속
세상은 잠시 회전을 멈추고 필름 속으로 축소되었다
침묵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
침묵을 지키는 건 얼마나 낯설은가
지리산 아흔 아홉 골을 울리고도 남을 통한
뼈 속에 있건만 귓전에서 소란스러울 뿐
목울대만 저려온다
살아있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것도 없는 몸
그날 이후 시간들이 잔인했다
마디마디 사각거리는 불협음 간신히 삼키는데
필름 빼낸 묵직한 걸음이 가만가만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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