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2009.09.06 06:38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오랜만에 머리 한 날
늦가을 나무처럼 듬성듬성한 정수리
자존심으로 세워 놓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세요"하는
관에서 허가한 거짓말을
올올이 마음에 담고
하늘 밑을 활보한다
몸 안에 세 애기를 키워 내놓은 여자
그래도 아직 예쁜 여자
낭창낭창한 햇빛 끌어 당겨
스물 셋 봄날에 정지시키고
코스모스 제철이라고 하늘대는
고색창연한 건물 옆을
저도 하늘대고 걸어간다
오만 치다꺼리로 감나무 표피를 닮아가는
두루뭉실한 몸
한때는 이효리 저리가라 쎅시했다면
누가 믿을까
운명적 끌림이라면
일생을 내던질 잉걸불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는데
누가 나를 아줌마라 하는가
기껏 콧대 세우고
한들한들 걸어간 곳
고작 수산시장
식구들 저녁꺼리로 회 한 접시 급히 떠서
종종걸음 치는 집밖에는 없는 여자
반주로 쐬주 한 잔 알딸딸 걸칠 여자
그래, 아줌마라 불러다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 | 꼬막 | 정국희 | 2010.11.30 | 724 |
62 | 꿈자리 | 정국희 | 2010.11.11 | 680 |
61 | 패싸움 | 정국희 | 2010.10.31 | 653 |
60 | 바람의 습성 | 정국희 | 2010.08.21 | 802 |
59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 정국희 | 2010.08.07 | 776 |
58 | 여자 마음 | 정국희 | 2010.07.23 | 784 |
57 | 생과 사 | 정국희 | 2010.07.10 | 880 |
56 | 동창회 | 정국희 | 2010.06.23 | 787 |
55 | 완도 | 정국희 | 2010.05.29 | 977 |
54 | 신발 뒷굽을 자르다 | 정국희 | 2010.05.13 | 989 |
53 | 상현달 | 정국희 | 2010.04.07 | 850 |
52 | 밤의 세레나데 | 정국희 | 2010.03.16 | 796 |
51 | 어느 일생 | 정국희 | 2010.02.19 | 867 |
50 | 색 | 정국희 | 2010.02.19 | 781 |
49 | 횡죄 | 정국희 | 2010.02.04 | 783 |
48 | 무숙자 | 정국희 | 2010.02.04 | 689 |
47 | 요지경 세상 | 정국희 | 2010.01.25 | 694 |
46 | 매실 | 정국희 | 2010.01.25 | 694 |
45 | 벽 | 정국희 | 2010.01.14 | 637 |
» |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 정국희 | 2009.09.06 | 7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