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2009.09.06 06:38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오랜만에 머리 한 날
늦가을 나무처럼 듬성듬성한 정수리
자존심으로 세워 놓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세요"하는
관에서 허가한 거짓말을
올올이 마음에 담고
하늘 밑을 활보한다
몸 안에 세 애기를 키워 내놓은 여자
그래도 아직 예쁜 여자
낭창낭창한 햇빛 끌어 당겨
스물 셋 봄날에 정지시키고
코스모스 제철이라고 하늘대는
고색창연한 건물 옆을
저도 하늘대고 걸어간다
오만 치다꺼리로 감나무 표피를 닮아가는
두루뭉실한 몸
한때는 이효리 저리가라 쎅시했다면
누가 믿을까
운명적 끌림이라면
일생을 내던질 잉걸불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는데
누가 나를 아줌마라 하는가
기껏 콧대 세우고
한들한들 걸어간 곳
고작 수산시장
식구들 저녁꺼리로 회 한 접시 급히 떠서
종종걸음 치는 집밖에는 없는 여자
반주로 쐬주 한 잔 알딸딸 걸칠 여자
그래, 아줌마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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