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숙자
2010.02.04 14:36
홈리스
셔터문이 아침을 바쁘게 올리자
혈색 없는 얼굴
게으른 눈을 뜨고
온기 채 가시지 않은 걸음들
휑한 거리를 다시 채우면
햇살 몇 조각으로 몸을 데우고
허기진 거리로 나선다
남루한 길 위
휘청거리는 그림자 등에 업고
가슴 안에 집 짓고 못 떠나는 인연
주머니 속에 넣고
풀수없는 운명 밟으며
먼지나는 거리를 쏘다니다
가끔 고향 묻어둔 하늘
꺼역꺼역 울기라도 하는 날이면
냄새난 골목에 진을 치고 앉아
서로가 상관없는 속 사정 나누고
절뚝 거리며 오는 어둠
지친 눈으로 마중한다
정신 없던 도시에 생소한 웃음들이
마지막 버스로 떠나면
텅빈 정류장엔 황소바람이
불었다가 쉬었다가
밤새도록 가로등 불빛 실어 나르고
밖에 있던 꿈이 지붕 없는 집에 누워
때낀 이불 끌어당겨 배고픈 잠 청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 | 김수영의 시 '돈' 감상 | 정국희 | 2017.05.05 | 274 |
62 | 김종삼의 시 민간인 감상 | 정국희 | 2017.02.05 | 272 |
61 | 2013년 11월 기휙 (유심) 정국희 시 | 정국희 | 2015.01.04 | 272 |
60 | 일상의 길목 | 정국희 | 2014.05.09 | 250 |
59 | 바람의 습성 | 정국희 | 2014.05.19 | 241 |
58 |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 정국희 | 2013.10.22 | 234 |
57 | 자카란다 | 정국희 | 2014.05.15 | 230 |
56 | 품페이 | 정국희 | 2015.03.25 | 224 |
55 | 이중톈의 중국인을 말하다 요약과 느낀점 | 정국희 | 2016.07.13 | 221 |
54 |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한 재치의 작가/ 이외수 | 정국희 | 2016.08.23 | 217 |
53 | 마른 저수지, 구두 (이영광 시인의 시 감상) | 정국희 | 2015.10.06 | 214 |
52 | 이런 날은 | 정국희 | 2015.01.12 | 212 |
51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에 대한 소개, 비평적 감상 | 정국희 | 2015.12.16 | 190 |
50 | 딸들아 | 정국희 | 2014.07.13 | 189 |
49 | 이승하의 정국희 론 : 이민자가 꾸는 꿈속의 아름다운 고향 | 정국희 | 2023.06.22 | 184 |
48 | 최금진의 원룸생활자 | 정국희 | 2016.11.12 | 179 |
47 | 시를 품고 살아서 | 정국희 | 2014.06.17 | 169 |
46 | 희나리 | 정국희 | 2015.03.05 | 164 |
45 | 다산초당 | 정국희 | 2014.08.11 | 164 |
44 | 황지우의 시 두 편 감상 | 정국희 | 2019.02.23 | 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