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란다
2014.05.15 00:55
쟈카란다
너를 보낸 뒤
한번도 너 이름 부르지 않았지만
입을 열면
숫돌에 벼린 날이 치잉 울릴 듯한 울음
소낙비로 쏟아질 것 같다
우리는 그저 한 시절을 함께 했을 뿐
잊은 채 살아도 아무 지장 없을 이름
부지불식간에 뇌리를 스칠 때마다
몸은 쟈카란다 잎새처럼 간단 없이 휘둘리고
계절처럼 또 올 수 없는
한 번 밖에 배분받지 못한 인생
끌어안고 살았던 한 생이
물풀 같은 가장자리 없는 중앙이었구나
나를 팔아 산 사람아
끝내 놓을 수 없는 나의 사랑아
너 사는 그곳에도 얼룩진 바람이 일고
불빛 내건 골목마다
창문들 소곤소곤 눈 맞추고 있겠지
영원히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너
비누방울처럼 날아가 버린 지금
초생달 부여잡은 쟈카란다처럼
바람결 달라질 때마다
귀울림 홀로 추스리고 있다
너를 보낸 뒤
한번도 너 이름 부르지 않았지만
입을 열면
숫돌에 벼린 날이 치잉 울릴 듯한 울음
소낙비로 쏟아질 것 같다
우리는 그저 한 시절을 함께 했을 뿐
잊은 채 살아도 아무 지장 없을 이름
부지불식간에 뇌리를 스칠 때마다
몸은 쟈카란다 잎새처럼 간단 없이 휘둘리고
계절처럼 또 올 수 없는
한 번 밖에 배분받지 못한 인생
끌어안고 살았던 한 생이
물풀 같은 가장자리 없는 중앙이었구나
나를 팔아 산 사람아
끝내 놓을 수 없는 나의 사랑아
너 사는 그곳에도 얼룩진 바람이 일고
불빛 내건 골목마다
창문들 소곤소곤 눈 맞추고 있겠지
영원히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너
비누방울처럼 날아가 버린 지금
초생달 부여잡은 쟈카란다처럼
바람결 달라질 때마다
귀울림 홀로 추스리고 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 | 김수영의 시 '돈' 감상 | 정국희 | 2017.05.05 | 274 |
62 | 김종삼의 시 민간인 감상 | 정국희 | 2017.02.05 | 272 |
61 | 2013년 11월 기휙 (유심) 정국희 시 | 정국희 | 2015.01.04 | 272 |
60 | 일상의 길목 | 정국희 | 2014.05.09 | 250 |
59 | 바람의 습성 | 정국희 | 2014.05.19 | 241 |
58 |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 정국희 | 2013.10.22 | 234 |
» | 자카란다 | 정국희 | 2014.05.15 | 230 |
56 | 품페이 | 정국희 | 2015.03.25 | 224 |
55 | 이중톈의 중국인을 말하다 요약과 느낀점 | 정국희 | 2016.07.13 | 221 |
54 |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한 재치의 작가/ 이외수 | 정국희 | 2016.08.23 | 217 |
53 | 마른 저수지, 구두 (이영광 시인의 시 감상) | 정국희 | 2015.10.06 | 214 |
52 | 이런 날은 | 정국희 | 2015.01.12 | 212 |
51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에 대한 소개, 비평적 감상 | 정국희 | 2015.12.16 | 190 |
50 | 딸들아 | 정국희 | 2014.07.13 | 189 |
49 | 이승하의 정국희 론 : 이민자가 꾸는 꿈속의 아름다운 고향 | 정국희 | 2023.06.22 | 184 |
48 | 최금진의 원룸생활자 | 정국희 | 2016.11.12 | 179 |
47 | 시를 품고 살아서 | 정국희 | 2014.06.17 | 169 |
46 | 희나리 | 정국희 | 2015.03.05 | 164 |
45 | 다산초당 | 정국희 | 2014.08.11 | 164 |
44 | 황지우의 시 두 편 감상 | 정국희 | 2019.02.23 | 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