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2013.10.22 01:57

정국희 조회 수:234 추천:21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완벽하게 문이 닫히고
이륙을 기다리는 잿빛 공항
먹장구름 속
다 여미지 못한 깊은 심연이 흥건히 젖고 있다
질펀한 삶 추적추적 쏟아내고 있는 창 밖
젖은 곳과 젖지 않는 곳이
한 끗 차이로 뚜렷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저 한 끗 차이가 엄청난 차이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가고 남음의 침묵을 적시고
미처 나누지 못한 인사는
꼭 그만쯤의 간격에서 나룰 돌려 세워놓고
보냄과 떠남을 민망히 관망하고 있다


분주한 구름에 내 생을 맡기면
나를 담고 훨훨 날아갈 저 아득한 하늘
시간 너머 시차 속 날짜 변경선을 지나
망망한 몇천 피트 대기권을 벗어나면
저절로 외국인으로 도착 될 내국인
삼지사방 일면식도 없는 그 땅에도
비가 내리고 있을까
뒤쪽에 남겨둔 그리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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