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페이

2015.03.25 12:34

정국희 조회 수: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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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도시 귀퉁이엔 스스로 돌아눕지 못한 썩지 않는 몸이 있다
쫑긋 귀 세우고 알몸을 엿보는 동안 날카로운 기둥에 부딧치는 바람 부저진 구멍 속 내장된 진실 깊숙이 흡입된다

질식된 시간들 빨려나오는 소리에 놀란 새들 푸드득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현상 안된 한 장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위엔 새들이 왈츠를 춘다

혼비백산 통과하여 전속력으로 내동댕이 쳐진 무감각의 묵시록
웅크린 상태로 당시 상황을 유지한 채 잠들어 있는 그들의 유언은 잊혀지고 싶지 않는 것이다

거뜬히 견뎌낸 하나하나 세포들 늑골 속에 이천 년 비밀 숨겨놓고 영원히 잠들어 있는 몸
행방불명된 시간을 발설하는 유일한 증거는 모래바람 위를 나는 가벼운 새들 뿐
말미잘보다 예민한 저들의 기억은 저리도 눈부시고 깜박이지 않는 초롱한 눈은
세상과 완벽한 교신을 하고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화석 하나 돌아누운 각도가 부서질 듯 견고하다
그 옛날, 대청마루에 누워있던 할머니의 등도 둥그런 저런 각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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